103. 암으로부터 해방되던 날

 

 

암 수술을 받은 지 이제 만 5 년이 되었다.
생존 가망성 15 퍼센트 뒤집어 말하면 십중팔구에 해당하는

85 퍼센트는 사망한다는 의학적 생존율...

5 년이 지나면 암에서 해방된 것으로 본다는 바로 그 5 년을
기적같이 살아서 맞이하는 날이 온 것이다.

혜숙은 이제 성령의 은사로 뿐만 아니라
의학적으로, 과학적으로 온전히 암에서 해방된 것이다.

1992 년 4 월 첫째 주일
나는 혜숙의 가까운 친구들을 교회로 초청했다.

김근태의 부인 인재근(국회의원) 여사,
조성우(민화협 사무총장)의 부인 홍현실 선생
실천문학사 대표를 맡고 있던 이석표의 부인 이희순 여사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임희일 목사 등이 참석했다.

앞서도 말했거나와 교회에서는 지난 5 년 동안 모든 교우들이 합심해서
매 월 첫째 주일마다 빠짐없이 혜숙의 건강을 위한 특별 기도회를 가져 왔다.

조승혁 목사님을 비롯한 모든 교인들은 지나간 5 년 동안 다함께 합심해서
간절한 마음으로 드린 기도를 하나님께서 받아 들이시고 응답하시어서
건강하게 지켜 주신 은총에 감사하는 특별 예배를 드렸다.

혜숙은 이 날 5 년 동안의 투병 생활과 파란만장했던 체험들을 특별 간증으로 발표했다.
나는 혜숙이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 궁금했다.
간증 설교문을 준비하는 것 같았지만 혜숙은 나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했다.

무슨 천기라도 누설하는 것인양 내가 낌새라도 차릴새라 굳이 감추려 들었다.
혜숙이 그러는 눈치인데 내 쪽에서 굳이 좀 보자고 하기도 민망스러웠다.

나름대로 계면쩍기도 했겠고
기도 중에 하나님과 단 둘이서 다짐한 내용들도 있을 터였다.

혜숙이 강단에 올라 서자 나는 한가롭게 궁금할새 없이 온 몸으로 긴장감이 몰려 왔다.
아마도 예배에 참석했던 이들 모두 그랬던 듯 싶다.

혜숙은 처음에 차분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그러더니 차츰차츰 목이 메여 갔다.

점점 울먹이더니 눈물을 흘리며 간증을 했다.
초청된 친구들은 연신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 내느라 바쁘다.

교인들도 모두 감동과 감사의 눈물을 흘린다.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친다.

감옥에서 출소하자마자 혜숙이 위암으로 쓰러져 있다.
그 와중에서 각계각층의 분들을 모시고 어머니의 고희연을 차려 올린다.

선후배 동료들의 관심과 위로...

광주로 끌려가 자연 건강 훈련을 받는다.
경제적인 곤란까지 겹쳐 맨손으로 인쇄소 골목에 뛰어 든다.

혜숙은 점점 죽음의 문턱으로 다가간다.
부채를 갚고 사업체를 세워 낸다.
집을 헐고 새로 짓는다.

병마가 다시 찾아 오고 혜숙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나온다.
약국을 되찾고 삶을 다시 시작한다.

이제 혜숙이 생명을 완전히 되살리고
눈물을 흘리며 감동어린 간증을 하고 있다......

그 날로 우리 교회에서는
'박혜숙 권사의 건강을 위한 특별기로회'를 5 년 만에 마감했다.

조승혁 목사님은 마지막 예배라고 생각하고 우리 집에서

혜숙을 위해 안수 기도 드릴 때 말할 수 없는 통증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배와 등뼈에 견디기 힘든 통증이 순간적으로 전해져 오더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신열로 몸살을 앓듯 온몸으로 땀이 철철 흐르더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박혜숙 권사가 간증으로 밝혔듯이 성령이 임하셔서 암세포를 내쫓고
몸의 병을 깨끗이 치유하는 은사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은총이 조 목사님을 통해서 박혜숙 권사에게 나타나
병 고침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조승혁 목사님은 조화순 조지송 목사님과 함께
산업 현장, 노동 현장에 직접 뛰어 들어 선교 활동을 한 분으로 유명하다.

한국 교회가 노동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도록 이끌어 온 장본인이다.

조 목사님의 산업 선교, 노동 선교 활동은 한국교회사에 중요한 획을 긋고
분기를 이루는 역할로 평가되면서 기록되어 있다.

조승혁 목사님은 혜숙에게 간증 집회를 같이 다니자고 제안했다.
그 후로 혜숙은 종종 암 환자를 위한 기도회에 조 목사님을 따라다니며 간증을 했다.

때로는 혜숙이 여러 교회들에서 초청을 받아
간증 예배 설교를 맡기도 했다.

암으로부터 해방되던 날...
그 날은 온전히 하나님의 은총으로
생명의 소생함을 얻은 혜숙을 위한 날이었다.

특별한 음식을 마련하고
온 교인들이 다함께 감사의 잔치를 벌였다.

목사님과 교인들. 혜숙의 친구들에게 나는 거듭거듭 감사의 인사를 드리면서
하루를 마음껏 축제와 감사의 날로 보냈다.

이제 혜숙이 그날 밝혔던 간증 내용과
그 후 여러 교회들로부터 초청을 받아 간증한 내용을 정리해서 여기에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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