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시를 읽을 기분이 아니다.

아무리 잘못한다 해도 이렇게 엉망일 수는 없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의 강부자 집단이 그토록 선망하는 미국,

그런데 그들은 그런 미국의 현 오바마 정부가 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른바 747 경제공약이 실현 안되는 게 미국발 금융위기 때문이라고 하면서도

그 뇌관에 불을 붙인 미국의 부시, 그런 부시보다도 더 부시스럽게 강부자들에게 모든 것을 몰아주고 있다.

 

감세, 규제완화는 물론 법과 질서지키기라는 이름으로 공안통치를 강화하는 등, 그야말로 역사를 역주행하고 있다.

또 재정 건전성이 무너졌다고 노무현 정부를 적자정권이라고 욕을 해댔던 저들이

이른바 이름도 생소한 수퍼 추경 28조를 들고 나왔다. 정말 후안무치 그 자체다.

 

그런데도, 아니 그 모든 수라장에도 불구하고, 경제생활에 위기와 공포를 느끼고 있는 서민층과 자영업층은

이명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결하자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는데, 이것이 여론조사에 잡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지난해 촛불집회에서 수많은 시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고 반대했다.

그러나 우리를 대안적 리더쉽으로 선택하지도 않았다.

그 어떤 세력도 리더쉽이 되지 못했고, 또 스스로 리더쉽을 만들어 내지도 않았다.

 

그렇게 해서 해결된 것은 거의 하나도 없는데,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경제위기 때문에 오히려 37%대로 상승했다고 한다.

우리가 정말 죄많은 인생이구나 개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나 신뢰를 잃어 버렸으면, 이렇게 죽을 쑤는데도 자그만 반사이익도 제대로 얻지 못한다 말인가.

 

어떤 여론조사 전문가의 주장에 의하면 국민의 분이 풀리기까지 최소 8년은 간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잃고 나서 대안세력으로 다시 인정받기까지 그만한 세월이 걸렸다는 것이다.

우리도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선 지고, 총선도 지고, 선거에서 떨어진 우리는 국민의 심판을 받은 것이다.

물론 다시 일어서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진전한 반성과 회생이 있어야 한다.

 

김재균 의원에게 솔직히 말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메모를 좀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김 의원으로부터 메모가 아니라 완성된 문장을 받았다.

가슴이 찌르르 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 그것을 소개하는 것이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김 의원도 제도권 정치를 시작한지 제법 되었다.

내가 기억하기로 그 과정이 상당히 험난했다.

상처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도 이런 시적 감수성을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조용하지만 그렇게 강할 수가 있구나 하고 고개가 끄떡여 진다.


시를 언어의 정수라고 한다.

또한 시는 사상의 기저 혹은 사상의 고향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 우리 사회는 가슴에 간직할 만한 언어를 잃어버렸고, 기거할 만한 사상의 기저도 없다.

영혼의 노숙자만을 양산하는 사회로만 흐르고 있다.

 

화려하기는 하되 기교에만 기대는 시, 감동은 있으되 정작 우리 사회 삶의 질곡에 대해서는 눈감은 시로

이름만을 드높이고자 하는 시들이 적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삶의 진정성과 인간 본연의 자세에 뿌리를 두지 못하는 시들에는 남도의 지리산이나 광주의 무등산과 같은 어떤 체온이 전달되지 않는다.

울림과 공감을 잃어버린 오늘의 정치현실, 그리고 그런 한국사회에서 시가 쇠하고 시인들이 설 자리를 잃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생각된다.

 

바다로 떠난 은어 떼들이 자신이 태어난 강물을 따라 거슬러 올라오는 것처럼 정신세계에서 시는 인간이 도달해야 할 강물과도 같은 존재다.

시집『장수풍뎅이를 만나다』에는 어둠속에 웅크리고 고뇌하는 민중들의 삶이 있다.

차가운 대기를 뚫고 피어나는 강인한 생명이 보여주는 희망에 대한 기상이 녹아 있다.

 

생명에 대한 겸손한 자세를 일깨우는 모과 향과도 같은 시, 또한 후퇴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결속과 다짐을 보여주는 시에는

지난 8년 동안 심연에서 길어 올린 듯한 냄새가 나고 있다.

 

김 시인의 시에서는 진정함에 대한 강한 그리움이 가슴에 번지는 듯한 그런 느낌이 느껴진다.

오늘 암울한 경제상황과 정치적 현실 한 가운데 서서 김 시인은 ‘긴장해라. 정신차려라. 그리고 감내해라.’라고

낮은 목소리지만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런 살아있는 영혼을 간직하고 있는 시인과 정치적 동지로서 함께 할 수 있어 든든하다.

고생 많으셨다. 고맙다.

 

2009. 3. 25

김근태

 

 

 

나 조차도 미국과 재협상하라고 말하면서도 왠지 상당히 불안하다.

이건 물론 이명박 대통령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을 처음 만나려고 미국 갔을 때, 덥석 사실상 조공외교라고 할 수 있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허용이라는 터무니없는 일을 저지른 이 대통령을 믿을 수가 없어서이다.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서 미국에 간다면 또 무슨 조공외교를 터트릴 것인지 그게 심히 불안하다.

다행이 이번 첫 만남은 미국이 아니라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영국이어서 그런 망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고 싶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 앞에만 서면 자꾸만 작아지고, 자꾸 잘 보이고 싶어하는 심정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다 알다시피, 오늘의 세계 금융위기는 미국 금융에서 시작되었다.

미국 권력은 극단적 이기심과 탐욕, 무절제에 더해 감독과 규제완화 등 시장 만능주의 그리고 돈,

즉 달러를 무기로 해서 세계 여러 나라의 외환시장, 자본시장 자유화를 거세게 요구하였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에 세뇌되고 세례받은 이 대통령과 고위 경제 공무원, 언론인, 연구원, 교수 등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노래 부르고 있는 ‘한미 FTA 만이 살길이다’ 라고 외치고 있는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재협상은 가능하고,

그런 배짱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우리가 재협상 하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97년 IMF 위기는 OECD 가입이라는 정치적 성과물을 YS가 얻는 대신, 외환거래 자유화를 미국에 준 댓가로 비롯된 아픈 결과였다.

 

이번 (사실상) 공황은 미국발 금융이기에서 시작되었는데도, 미국은 물론 어느나라 보다도 더 우리가 고통스러운 것은

투기 자본이 마음대로 들락날락 할 수 있도록 대문을 활짝 열어 놓은 것 때문이다.

 

미국의 말을 우리보다 훨씬 잘 듣고, 실행에 옮겼던 아이슬랜드, 아일랜드, 두바이를 보라. 그들이 오늘 어떤 처지인가를......

마음속으로 우리의 경쟁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중국과 인도를 보라.

이른바 그들의 국가 위험도가 우리보다 훨씬 위다.

위험이 지극히 작다는 것이다.

 

언젠가 이명박 대통령도 우리의 환율이 이렇게 불안정하고 주식시장도 경제도 더 어려운 것은

자유화가 너무 많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IMF 위기를 계기로 해서 소위 워싱턴 컨센서스를 강요당한 결과 이미 절반 정도로 미국화 된 한국 경제시스템과 제도는,

지금 그대로의 한미 FTA가 실행되면 미국경제에 부속되고 그러면서도 주변적인 것, 별 볼일 없는 존재로 고정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는 더욱 격화되고, 비정규직은 더욱 증가할 것이며, 지속가능한 발전은 가로막히고,

IMF 위기 이후의 저성장은 더 낮은 저성장으로, 신 성장 동력은 더욱 고갈되고

오직 토건산업만이 커졌다가 거품이 꺼지면서 정말 무서운 시간이 덮쳐올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에 재협상 요구를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엄청난 비극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전제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힐러리, 가이트너 및 USTR 대표가 이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공언을 했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이나 현 행정부, 여당의 성향으로 보아 결구 추가협상이나 재협상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 뻔한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미국과의 경제통합만이 유일한 살길이라고 믿고 또 믿기 때문이다.

 

우리의 주장이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이대로의 FTA는 안된다,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해서도 그렇지만 마침 미국 행정부와 의회쪽에서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해서 재협상을 벌리는 것이 가능하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하는 측면도 있다.

 

저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동차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경제시스템, 경제제도, 이데올로기가 미국식 금융자본주의, 제조업 없는 투기적 금융자본의 지배,

이를 무기로 한 자유화, 세계화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국가-투자자 제소제도, 레쳇조항 등, 우리를 나락으로 떨어트릴 독소조항을 배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국회에게 미국보다 먼저 비준동의를 해 달라고 하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주문이고, 지시다.

이것을 배수진으로 해서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 맞서겠다는 것이다.

얼마나 힘의 부족을 느끼면 이렇게 하겠는가 동정이 간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나는 슬픔과 절망이 앞을 가린다.

국민의 대표기관은 망신을 당해도 좋다는 말인가?

국회 통과를 방패로 해서 미국과 재협상 하겠다는 이야기 인데, 그렇게 하고 나서 재협상을 통해 내용이 수정된다면,

수정된 내용을 다시 국회에 제출해서 통과시켜 달라고 할 것인가?

 

우리 국회는 자존심도 없는가?

우리 국민은 또 무엇이 되는 것인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제적 이익 앞에서는 주권의 존엄성도, 민주주의도 다 의미가 없는 것인가?

그렇게 해서는 분명, 경제적 이익도 지켜낼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안이함과 결정적 실수를 국민들이 촛불집회, 시위가 지켜주었다.

불과 1년전 일이다.

 

미국과 재협상을 하라는 우리의 요구가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서 왜곡되고

나아가서 일방적으로 미국에 굴복하는 것으로 끝날까봐 심히 걱정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재협상의 요구와 함께 대안을 연구하고 발표해야 한다.

그것을 미국과 국민앞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민들이 다시 한 번 촛불집회 속으로 집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

그래야 우리의 희망을 만들 수 있다.

 

여러분의 분투를 기대한다.

 

2009년 3월 18일

 

한반도 재단, 국제통상연구소, 코리아연구원 주최 토론회

‘한미FTA 재협상 어떻게 할 것인가’ 격려사.

 

 

한바다 님의 '사랑은 사랑이라 부르기 전에도 사랑이었다' 출판기념회 축하 인사

 

1. 한바다님의 책 이름이 참 좋다

 

‘사랑은 사랑이라 부르기 전에도 사랑이었다’

‘사랑’이라는 말은 하도 많이 들어서,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 이름은 우리 가슴에 ‘쿵’ 소리를 내면서 밀고 들어오는 것 같다.

사랑은 삶과 생명의 근원이며, 동력이라는 이야기를 이보다 더 잘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2. 특히 이 책 맨 처음에 나오는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쓰러져 있는 강아지를 부둥켜 안고, 한참 통곡을 하고 났더니, 강아지가 ‘킁’하며 눈을 떴다.

한바다님은 강아지를 살려냈다는 기쁨 때문에 죽으러 갔던 것을 포기하고 생명의 세계로 되돌아오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이 말 속에서 강렬한 메시지가 느껴진다.

아니 그 강아지가 한바다님을 오히려 살려냈다는 되돌아 봄 속에서 어떤 지혜의 힘, 깨달음의 시작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3. 어제 오후에 서야 이 책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다 읽지 못했다. 그러나 건너뛰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대충 다 읽었다.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리드미컬하고 가슴에 쏘옥 쏘옥 들어오고, 때때로 감동도 받고......

지혜가 담겨서 그렇겠지만, 한국말과 글을 참 잘 녹여낸 것이어서 도저히 책을 덮을 수 없었다.

 

4. 우스개 소리가 생각난다.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요새는 사랑이 아니라 소망이 힘이 제일 세다는 이야기가 흘러 다닌다.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된 후에 강부자 내각과 고소영 정부, 고소영 내각 이라고 하는 것 여러분 잘 아신다.

거기서 ‘소’가 바로 ‘소망교회’인사들이다.

출세하려면 ‘소망’교회 줄에 줄 잘 서라는 것이다.

 

그런 이 시점에서 ‘사랑’ 이야기를 들고 나온 것은 우연한 일이겠지만 아무래도 이명박 시대와는 불화할 것 같다.

오늘과 같이 불안하고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사랑이 우리 삶과 생명의 근원이라는 이 선언이야 말로 다시 들어도 좋은 말씀이다.

우리가 역설적으로 진정한 희망, 진실하고 간절한 소망을 가질 수 있기 위해서도 분명해져야 할 사실이다.

 

5. 여기서 우리는 ‘사랑’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나서 저 바깥으로 나가서 이야기 할 생각이다.

우리는 ‘힘내라 힘!’ 하며 서로 부추기기 위해서 여기에 이렇게 모였다.

 

6. 지금은 미국에서 시작되고, 미국이 책임을 져야 할 세계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우리 서민과 중산층 생활이 너무 어렵다.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의 이 사태의 근본책임자인 부시보다 더 부시식으로 부자감세, 규제완화 쪽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세계는 물론 지금 미국이 가는 방향의 정반대로 가고 있다.

 

세상의 실소와 야유가 몰려오고 있다.

이것을 막아야 하는데, 참 쉽지 않다.

우리가 혹독한 댓가를 지불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닥친 위기의 악화 방지가 중요하고, 이것만도 벅찬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을 제대로 극복하기 위해서도 근본적인 문제, 본질적인 문제를 직시하지 않을 수 없다.

 

7. 오늘의 경제위기는 이기심과 탐욕의 전제위에 서 있는 시장경제의 작동오류, 불능성, 무능성 때문에 일어난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보이지 않는 손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와 국가 개입을 불필요한 규제라 하면서, 시장에 맡겨라, 정부는 간섭하지 말라고 하는 소위 시장 만능주의,

신자유주의의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의 결과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기심과 탐욕은 결국 우리 모두의 삶을 망가지게 한다.

또한 시장도 파괴한다.

그러면 다른 대안이 경제사회 시스템으로 제시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무엇인지, 일부 사람들이 말하는 신케인주의로 가능한 것인지 그렇다고 과거에 실패한 ‘사회주의’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고....

이것이 오늘 우리의 어려운 숙제라 또한 세계시민의 엄중한 요구이다.

 

한바다 님의 이런 지혜와 깨우침이 우리가 그것을 발견하고 시행착오를 극복하는 데에서 큰 에너지가 될 것을 믿고 싶다.


2009년 2월 28일

참 걱정스럽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 이대로 국정운영을 계속한다면 우리 사회는, 우리나라는 더욱 큰 어려움에 빠질 것이다.

 

국민을 대대적으로 분열시키고 있다.

모든 권력과 부(富)를 1%의 ‘강자’에게, 1%의 ‘강부자’들에게 몰아주고 있다.

 

그런데 거기서 과연 화합과 국민통합이 이뤄질 수 있겠는가?

더구나 이런 빈익빈 부익부 방식은 철저하게 실패한 ‘부시식’ 모델에 지나지 않는다.

 

탐욕과 무절제, 거짓말로 무장한 미국 금융자본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든 ‘세계화’의 그물망을 타고

전 세계의 시민경제, 기업경제를 망가뜨리고 말았다.

 

그래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오바마식의 사회안전망 강화, 저소득 근로계층 지원,

교육, 보건 복지적 투자 확대 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에너지와 환경을 고려한 신 성장 동력추진 등...

 

그런데 실패한 부시보다 더 부시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방식으로는

우리가 직면한 이 경제적 위기를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극복하는데 도저히 성공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

 

지금의 경제상황이 어려운 것도 큰 문제지만 국민의 분열이 격화되고,

정책이 오락가락해서 신뢰할 수도, 희망을 가질 수도 없는 것이 더욱 심각한 것이다.

 

용산에서 여섯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나는 과잉진압으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유가 여하튼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진상규명을 한다면서, 시간을 끌면서, 김석기 내정을 기정사실화하는데 사실상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오싹한 느낌이다.

철거민을, 국민을 적대시하는 분위기다.

 

“김석기씨를 ‘파면’하거나 ‘처벌’한다면 공무원 누가 일하겠는가?”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뉘앙스에서는 ‘공안통치’의 냄새가 짙게 묻어난다. 

법치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요구와 민원을 치안차원에서 공권력으로 다루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가 아닌가 싶다.

 

나는 에밀졸라처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건 분명히 ‘민간독재’다.

 

민간독재는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규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우리는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깃발을 분명히 그리고 높이 들어야 한다.

 

지금 바로 그렇게 해야 한다.

2009년 2월 3일
김근태


 

국제통상연구소 창립심포지움 축사

먼저 여러분의 심포지움을 축하하기 전에, 여러분과 함께 묵념할 것을 제안합니다.

어제 용산에서 여섯 분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분들의 명복을 빌었으면 좋겠습니다. - 묵념

 

1. 용산이 상징하는 것은?

 

어제 발생한 사고는 경찰권력의 과잉진압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제 혹심한 탄압이 새롭게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과거 독재정부는 정권을 비판하는 민주인사를 짓밟았다면,

지금 이명박 정부는 철지난 신자유주의를 위해 “법치”라는 이름으로 서민들을 죽음의 길거리로 내몰고 있습니다.

서민들이 이렇게 진압되고 쫓겨나는 것이 오늘 이른바 세계화 시대의 한국사회의 모습인 것입니다.

 

사회안전망의 강화를 통한 사회통합·국민통합이 아니라,

서민과 중산층에 고통을 전담시키고 나서 그 다음에는 공안국가 기구인 검찰·경찰 그리고 국정원을 강화시키고,

치안대책에 의지함으로써 그만 “전두환 시대” 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2. 여러분, 여러분의 역할에 큰 기대를 갖습니다.

 

여러분을 뵈니 간절한 마음이 더욱 깊어집니다.

신뢰든 진보든 또 뭐든 이름이나 이론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오직 실천하는 사람에게 나옵니다.

 

연구소장인 이해영 교수님, 김성훈 총장님과 천정배 의원님,

어렵지만 손에 손을 잡고 다시 일어서는 우리 모두의 내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3. 단식의 추억

 

여러분을 이렇게 뵈니 2년 전 한미 FTA 반대 단식을 천정배·임종인 의원님과 따로, 또 함께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한미 FTA 협상을 막는데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오늘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를 볼 때 우리가 옳았다고 역사는 말하고 있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짓누르고 있는 이 끔찍한 경제위기 속에서

경제·사회적 약자에 대한 처절한 배제가 저렇게 목숨을 잃게 만드는 것을 보면서,

정말로 슬픔과 분노을 억누를 수가 없습니다.

 

4. 한미 FTA의 교훈

 

한미 FTA 협상 진행과정을 겪으면서 크게 두 가지를 느꼈습니다.

우선 우리의 통상연구와 통상전략 수준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한미 FTA를 강행했던 행정부 쪽과 한국사회 주류가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여러분이 너무나 잘 아십니다.

그러나 한미 FTA에 반대한 우리들 역시 자신있게 대안 통상전략을 내놓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정말로 정직한 씽크탱크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두 번째로 한미 FTA 과정에서 드러난 참여정부의 비민주적 행태에 충격과 부끄러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참여정부의 일원으로서 저도 책임추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 때 한미 FTA의 근사한 장밋빛 미래를 일방적으로 선전하는 정부의 무분별한 행태를 제대로 저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오늘날 이토록 오만하게 서민과 중산층을 소외시키고 있는데도,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업보가 있어서 말입니다.

 

5. Trade and Democracy

 

미네르바 때문에 시끄럽습니다.

미네르바 사건의 본질은 우리 정치의 수준의 강부자들을 위한 “치안 민주주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이제 거의 완성되었다. 내용적 민주주의가 문제다.’

그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저도 말했던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경솔하지 않았나? 후회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잘못하면 대한민국의 역사가 뒤로 후퇴할 판입니다.

이게 진짜 위기입니다.

 

이 금융위기,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잔소리 말고” 이명박 정부를 따라와라,

이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저지른 것도 아니고, 또 책임도 없다, 그런데 무슨 말이 그렇게 많으냐?

말 안 들으면 “법치”라는 이름으로 치안대책 차원에서 대처할 것이라고 국민을 협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입니다.

 

통상 그 자체도 물론 중요합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도, 이명박 정부가 미국발 경제위기를 핑계로 노골적인 독재로 타락하는 것을 막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도 통상과 민주주의를 연구하는 연구소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국제통상 연구소가 성과를 내는만큼 우리 경제와 민주주의가 되살아날 것을 믿습니다.

희망을 겁니다. 기대합니다.


2009년 1월 21일
김근태

기축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무엇보다 새해에는 경제가 뚤렸으면 좋겠습니다.

서민과 중산층의 경제가 한숨 돌릴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강만수 장관을 비롯한 현 경제팀이 물러나야 합니다.

아니 근본적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내외 시장과 국민으로부터 다시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의 경제위기는 다 아는 바와 같이 미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한국경제의 변동성과 위험성은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된 대운하 토건경제 패러다임과 환율정책으로 격화되었습니다.

이것은 실패한 “부시식”보다 더 “부시적”인 피상적 미국모델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는 돌파구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전망이 닫혀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보복적으로 구속하고 오늘의 책임을 이명박 대통령이

“내 탓이오”가 아니라 “네 탓이야” 라고 전가시키는 한 희망을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국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입법전쟁, 속도전, 전광석화 등을 외치게 하면서

입법부인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을 등 떠다밀고 부추겼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습니다.

 

그 귀결점은 결국 날치기 처리입니다.

이것은 대충돌을 가져올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뒷 조정한 이명박 대통령이 어떻게 폭력적 사태를 비난 할 수가 있습니까?

스스로 되돌아보고 책임을 느껴야 하지 않겠습니까?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것은 한마디로 위선입니다. 이것은 한마디로 속임수인 것입니다.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짓밟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서민과 중산층 경제를 초토화 시키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와 통합, 통일의 지름길인 남,북간 합의를 외면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을 통해서 한나라당에게 제2차 입법전쟁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번 민주연대 집회에서 이 정권은 민간독재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래서 싸워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오늘도 다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에게 남은 길은 단 하나 뿐입니다.

국민과 더불어, 서민과 중산층 경제 회복을 위해서 민주당, 민노당과 함께

여러 시민 사회와 연합해서 민간독재인 이 정권과 맞서 싸워야 합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이 강부자들과 함께 고통분담을 수락하고 국민을 더 이상 편 가르기로 분열키시지 않고

국민통합으로 나아갈 때까지 전심전력으로 맞서 싸워야 합니다.

 

그래서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닌 진심으로 “어떻게 이룬 민주주의 인데.....” 라고 말 할 수 있는 그날까지

우리가 앞장서서 투쟁할 것을 다짐하는 오늘이 되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09년 1월 14일

김근태

 

 - 민주연대 창립대회 격려사

IMF때보다 더 하다는 얘기가 실감나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국내소비와는 거의 관계가 없는 부자들 감세만 강행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는 일자리 창출과 빈곤층,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것입니다.

 

그래야 경기가 나아 질 수 있습니다.

그래야 정부와 국가에 대한 신뢰가 증가해 국민통합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정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역주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린 강만수 장관을 비롯한 경제팀도 고집스럽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낭패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실패했고, 더욱 미래가 불확실한 미국식 금융자본주의를 국제적으로 협력하여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는

관심과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으면서 국내에서는 더욱 부시 방식의 정통 신자유주의 노선을 가고 있는,

지금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40~50년 동안 국민의 눈물과 희생을 통해 이룩한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공안정국을 통해 언론자유는 물론 국민의 기본권이 유린당해가고 있습니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이것은 민간 권위주의, 이것은 민간독재인 것입니다.

 

우리 민주개혁세력은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우리 민주개혁세력은 다시 열정을 모으고, 서로 정열을 나누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 ‘민주연대’는 야당성 회복을 위해 여기에 모였습니다.

오늘 우리는 중산층과 서민의 생활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여기에 모였습니다.

 

재정지출과 조세감면이 서민과 중산층에게 집중되어야 경제가 개선될 수 있다는 신념을 말씀드리기 위해 우리는 여기에 모였습니다.

오늘 우리는 당과 더불어 폭넓은 연합이 효과적으로 그리고 강력하게 작동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기 위해서 여기에 모였습니다.

 

모든 정당과 시민사회세력이 더 높은 결단을 해 주실 것을 기대하고 요청드립니다.

지금은 실천하고, 투쟁할 시기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다시 촛불을 들고, 민주광장으로 중산층과 시민의 광장으로 집결할 때 입니다.

 

결단합시다. 일어섭시다.

고맙습니다.

 

2008년 12월 2일

김근태


 

         강만수 장관은 물러나라. 간절히 요구한다.

지난 주말에 단비가 내렸다. 가을 가뭄을 다 해소하지는 못했지만......

지금 우리 국민은 단비에 목말라하고 있다.

또 뒤로 미루어서는 안된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강만수 장관 스스로 물러나가나, 아니면 이명박 대통령이 결심해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

더 이상 국민과 국내외 시장은 강만수 경제팀을 신뢰하지 않는다.

아니 불신할 뿐만 아니라 무능하다고 여기고 있다.

 

경제를 그 자체로 보지 않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의 유,불리에 따라 본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말이 수시로 바뀐다.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집회 전성기에는 경제가 위기라고 했다.

그러다가 신공안정국을 펼치면서는 ‘자기라면 편드를 사겠다’고 했다.

러시아에 가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해서 잘하고 있다고 자화자찬 했다.

 

그 다음에는 우리나라는 IMF위기 때와는 다르다.

요컨대 위기가 아니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은, IMF 위기보다 더 심각하다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야기 하고 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이러고도 오늘의 미국발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어달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가?

 

이에 더해서 강만수 장관은 거짓말까지 감행하고 있다.

성장을 위해 고환율 정책을 편 것을 세상이 다 알고 있는데 그런적이 없다고 잡아떼고 있다.

 

오늘, 이 엄중한 상황에서의 대응이 이처럼 흐트러지게 만든 책임은 분명히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

하지만 직접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나, 적어도 이렇게 대통령의 인식과 발언이 왔다 갔다 하게 만든 강만수 장관은 책임을 모면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이것이 혹시 강만수 장관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처럼 어영부영하다가 진짜 경제위기, 제2의 IMF 위기에 빠지면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게 해서 국민 모두의 가슴에 대못을 박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것보다는 강만수 장관이 물러나는 것이 그래도 백배 나은 길이 아니겠는가?

 

은행의 외화차입에 대해서 1,000억 달러 까지 정부가 보증한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다. 한국에 대한 CDS(Credit Default Swap)는 이 조치를 전적으로 외면하고 무시해 버렸다.

 

국가 신용등급이 우리 한국보다 아래인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을 지나쳐 버렸고

마침내 인도네시아, 브라질, 터키 수준까지 한국 CDS가 올라가 버렸다.

 

이 상황은 기본적으로 말도 안되는 상황이다.

모순 아닌가? 미스테리 아닌가?

 

그러나, 그 이유는 너무나 분명하다.

한국경제 펀더멘털은 괜찮은데, 그것을 지금 운용하는 사람들을 못 믿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부도 위험이, 한국 CDS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준엄하게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더 이상 우물쭈물 할 수는 없다.

이러다가는 정말로 제2의 금융위기가 닥쳐올지도 모른다.

 

무언가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

오늘의 세계 경제상황,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와 그로 인한 한국 금융상황,

실물경제 전망과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비전과 국민단합의 계기를 변화를 통해 마련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라도 강만수 장관은 물러나야 한다. 핑계거리였던 국정감사도 끝났으니 말이다.

 

나는 여러분과 함께 간절히 요구한다.

강만수 장관은 즉시 물러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명박 대통령이 책임지게 될 것이다.


2008년 10월 28일

 



강의하라고 해서 부담이 됐다. 객관적 거리를 아직 유지 못해 겁이 났다. 불가피하게 김근태 시각으로 얘기할 수밖에 없다.

과장은 있을지 모르지만 의도적 거짓말은 없다."

 

김근태 전 민주당 의원이 4일 오후 한양대 행정·자치 대학원 초빙 교수로 '한국정치론' 첫 강의를 시작했다.

이날 김근태 전 의원은 '9월 위기설', '언론 장악 의혹' 등에 관한 의견을 밝힌 뒤 이명박 정부의 위기를 경고했다.

그는 또 지난 대선·총선 운동, 총선 이후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열풍 관련 소탈한 소회도 밝혔다.  

 

김 전 의원은 강의를 시작하면서 20여 명의 학생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하나는 정치 불신에 대한 원인, 피해, 극복 방안에 관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저조한 투표율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것이었다. 

 

강의 첫 질문, '정치 불신'·'저조한 투표율' 왜?

 

김 전 의원은 '정치 불신'의 사례로 두 달 넘게 계속된 촛불 집회를 지적했다.

그는 "촛불 집회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이 주축이 돼서 이뤄지는 대의제 정치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며

"현재의 정치 집단에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고 평가했다.

주목할 점으로 그는 "촛불집회 이후 이명박 정부의 국정 지지도가 현격히 줄었다"며

"20%대의 지지율로는 쟁점 정책을 추진하기 힘들다"고 단언했다.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 등의 쟁점 정책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논란만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김 전 의원은 '9월 위기설'을 언급하며 "한국은 현재 IMF와 같은 위기는 오지 않는다. 다만 성격이 다른 위기는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처음엔 성장 위주의 정책했다가 안정 위주로 바꾸었다가 지금은 다시 대운하 하려고 한다. 국민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을 타이밍 맞지 않게 추진하고 (경제)위기라고 했다가 위기 아니라고 하니까 신뢰가 안 생긴다"고 꼬집었다.

 

그가 경제 위기 극복, 신뢰 회복의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은 '인사(人事)'다.

그는 "인사가 만사"라며 "무모했고 책임지지 않았던 사람부터 근절하는 것이 경제위기를 뛰어 넘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 김근태 전 의원.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무모했고 책임지지 않았던 사람 근절, 경제 위기 뛰어넘는 지름길"

 

김근태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법치보다는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이)지금은 법과 원칙을 강조한다.

국민을 겁주는 방법으로는 목표 달성할 수 없다"며

"법치주의보다는 힘 있는 사람이 약속한 것을 지키는 것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총선 유권자 투표율이 점점 더 내려가고 있다. 대표성 문제가 있다"며

"대안으로 어떻게 투표율을 높일 수 있는지, 여론 모아지는 광장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된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저조한 총선 투표율'을 언급한 것은 언론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 있었다.

 

"권위주의 때는 여론 형성 주체가 언론 특히 신문이었다. 그러나 신문이 도전 받고 있다.

현재 언론 시장 갈등은 주도권 다툼 국면이 있다. 어느 편에 서는 것이 우리 사회가 건강한 방향으로 가는지 고뇌해야 한다.

한 사회가 건강해지는 것은 자기가 느끼는 것을 두려움 없이 얘기하는 것이다.

권력자에게 두려움 없이 얘기하는 게 사회의 건강성을 높인다.

민주주의에선 그런 광장이 존재해야 한다. 신문은 참여 폭이 적었다."

 

김근태 전 의원은 포털 '다음'의 아고라와 같은 인터넷 광장을 중요시했다.

그는 "알릴 수 있는 자유, 집회의 자유, 시위의 자유가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토론하고 문제 제기하는 근본적인 힘"이라며

"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얘기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악플 규제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악성 댓글은 근절돼야 하지만 교육 과정에서 극복해야지 사이버 모욕죄 같은 것은 불필요한 낭비다.

인터넷은 직접 민주주의에 큰 역할을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 7월3일 서울 시청 광장에서 열린 기독교 시국기도회에 온 김근태 전 의원 부부. 김상만 기자 hermes@

"사이버 모욕죄, 불필요한 낭비"… "떨어지니까 '지못미', 고마웠다"

 

이날 그는 선거 과정에서 느낀 감정을 소탈하게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총선)떨어지니까 (누리꾼들이)'지못미'라고 했다. 고마웠다"며

"그런데 쇠고기 수입 문제 나오니까 내 홈페이지에 '해결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삐쳤다"고 심경을 밝혔다.

18대 국회의원 배지를 못 달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그는 또 "대선, 총선을 위해 전국을 돌면서 '싸움질 좀 하지 말라'는 얘기 들으면 얼굴이 화끈해졌다.

우리와 한나라당을 구분 못한 것에 속이 쓰라렸다"며 "보다 나은 정치 못한 것에 대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민주화 운동에 대한 소회도 나왔다.

그는 한양대와의 인연을 얘기하며 "71년도 대선 때 지명 수배를 받았었다. 한양대 근처 하숙집에서 6개월간 도망자 생활을 했다"며

"오늘 그 건물에 올라가서 보니까 (그 때와는) 전혀 달랐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는지 생각했다"고 밝혔다. 

 

강의 시간을 20여 분을 남기고 학생들의 자유 발언도 이어졌다.

학생들은 정치 불신과 저조한 투표율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고 김 전 의원은 발언을 수첩에 적으며 묵묵히 들었다.

수강 신청을 안 한 학생도 청강을 하러 올 정도로 수업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바보처럼 생각한다" 학생 불만 쏟아져

 

한 학생은 "(정치인들이)국민을 바보처럼 생각하고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을 많이 느꼈다"며

"여야가 삼성 문제에 왜 그리 조용한지 답답했다. 모든 것을 국민에게 오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학생도 "선거 기간에는 백성 무서워했다가 배지 가지면 백성을 무지한 존재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민주당에 대한 질책도 잇따랐다.

한 학생은 "지난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상대방을 비판하며 네거티브 하는 것에 실망했다.

정치라는 건 대안과 정책을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질문이 끝나자 김근태 전 의원은 정치 불신 문제에 대해선

"신뢰에 문제가 있으면 국민 통합이 안 이뤄진다. 신뢰가 있어야 타협할 때 양보도 하고 결론도 난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삼성 문제에 대해선 "지배구조 상속에 있어서 현격한 문제가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며

"개선되어야 하는데 왜 안되는지"라며 말을 아꼈다.

 

이날 1시간 30분 동안의 첫 강연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학생들이 인사를 청하러 왔다.

김 전 의원은 첫 강연에 "반응이 꽤 좋네요"라며 웃음을 보였다.

 

한편, 그는 10일 민주평화연대, 민생정치모임 등 50여 명의 전·현직 의원이 참여해 발족하는

(가칭)민주연대에 대해선 "의원에게 물어보라"며 말을 아꼈다. 


72324_75794_577.jpg
0.15MB
72324_75796_5956.jpg
0.07MB

 

2008년 7월 28일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초정 특강이 있었습니다. 외대 대학원과 UN이 함께 진행하는 HUFS-UPEACE Dual Degree Programme의 인권 강의를 맏고 있는 Todd Howland 교수의 초청으로 이루어졌습니다. Todd 교수는 지난 92년, 김근태 이사장이 케네디 인권상을 수상할 당시 인연을 맺었다고 합니다. 아래는 강연록 초고 전문입니다. 이후 질의 응답 내용은 생략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선거에 지고도 기분이 괜찮을 수는 없다. 낙선 인사를 며칠 하고는 그 후 집에 틀어박혀 ‘방콕’을 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말을 하는 것도 싫었다.

 

 

‘쇠고기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도 ‘김근태 홈페이지’에는 여러 사람들이 방문했다.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분들도 있었고 또 미국 쇠고기 수입을 막아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아직 피곤이 다 풀리지 않아서 그랬기도 했지만, 삐짐이 계속 돼서인지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촛불집회는 오월 내내 계속되었다. 규모도 점점 커졌고, 중·고등학생 특히 여고생 여중생 유모차부대 등 여성들이 다수 참여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재미있게 느껴졌고.....

촛불소녀, “경제를 살린다는데, 우리 죽으면 무슨 소용?”이라는 말들이 주는 매력, 강렬한 호기심에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었다.

 

6월초부터 열심히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전율과 감동으로 다가왔다. “헌법 제1조 :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노래를 부를 때 가슴 속에 있던 어떤 서러움이 북받치는 듯 했다. 목 메임 때문에 노래를 따라 부를 수가 없었다. 그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이명박 정부의 철학인 시장 만능주의, 정책 그리고 인사, 정치 그 모든 것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유연한 여성들, 특히 “촛불소녀”로 이름 붙여진 이중적 소수자들이 이끌고 나온 대중 집회에 의해서 권력은 야유 받고 왜소화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무능하고 특권적인 “강부자” 집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다시 속절없이 드러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뼈저린 반성을 했다고 하지만,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을 우리는 안다. 오히려 역방향으로 나아갈 것임을 우리 모두 예감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Todd Howland 교수가 김근태 이사장을 소개하는 모습


이후를 생각하면 답답해진다. 선거, 전국적인 선거가 곧 있다면, 시민들은 그 선거를 통해서 무서운 심판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국정 운영에 반영되거나 강제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선거는 없다. 2010년에야 지자제 선거가 있으니.....

 

 

문제의 심각함은 또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해서 “아니다”하고 심판을 내린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정통야당인 민주당이 약간의 반사이득은 얻지만, 신뢰할 수 있는 대안세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는 않다. 민주노동당은 아직 아니고.

또한 제도정치 전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대의제제도, 오늘의 정당정치 제도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해답은 아직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지 않다. 촛불집회가 근본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문제가 과연 무엇인지도 아직 제대로 드러나고 있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몇 가지를 적어보겠다.

우선 기존의 대의정치, 제도권정치, 정당정치에 대해서는 물론, 심지어 90년대의 사회운동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촛불집회는. 특히 시민 없는 시민운동, 후원자와 그들을 대리하고 대표하는 운동가들에 의해 주도되는 사회운동을 권력적이라고 보는 듯하다. 이런 사회운동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지 않은 것이다.

 

이제 “거대담론은 사라졌고, 생활정치 즉 경제문제가 제일 중요하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그것은 협소한 인식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중심과 주변은 특정한 시간에는 특정하게 존재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언제나 역전될 수 있다. 그것을 받아들여야, 우리의 미래가 열리게 된다는 것을 촛불집회를 통해서 우리는 생생하게 느끼고 있다. 여기에 ‘관용’과 ‘연대’가 강력하게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촛불소녀, 유모차 부대도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한국사회에서는 주변으로 배치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촛불집회 과정에서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그들이 직접 나서서 주체적으로, 그리고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82cook.com” “배운여자들”이 바로 그렇게 했다.

 

무엇보다 촛불집회는 재미가 있다. 심지어 물대포가 발사되는 그 현장에서 “온수! 온수!” “세탁비! 세탁비!”하는 외침에서 그리고 “명박산성”이라는 “이름붙이기”에 의해서 미래의 승패는 이미 판가름 나 버린 것이다.

 

예비군복을 입고 시위 대열에 참가하고 있던 한 남성이 대치선 맨 앞에 서 있던 어느 여성참여자에게 보호해주겠다면서 자리를 바꾸자고 하자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저 대신 선생님께서 고생하실 텐데. 그럴 수 없어요.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것은 감동이었다. 당당하고 주체적인 여성이 거기 있었다. 우리에게 연대와 배려가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말”이었다. 아니 그것은 “말씀”이었다고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다.

감사하다. 부족한 내용은 질문에 대한 답으로 하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강연에 열중하는 모습, 강연 후 함께 점심식사를 한 학생들과 함께하는 모습


 


IMG_0220.jpg
0.07MB
IMG_0228.jpg
0.1MB
KGT04.jpg
0.08MB
IMG_0225.jpg
0.09MB
IMG_0233.jpg
0.09MB
IMG_0238.jpg
0.11MB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