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 코린트(Acros Corinth)와 베네치아 성벽


앞에 우뚝 솟은 곳이 높이 575m 아크로 코린트(Acros Corinth)다.

그리스어로 ‘아크로(Acros)’란 높은 곳,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처럼 코린토스에서 제일 높은 곳에 성을 쌓고 도시를 세웠다.


아크로 코린트 사방은 성으로 둘러싸여 있다.

밑에서 올려다 본 성벽은 정말 난공불락 철옹성 같아 보인다.


아크로 코린토스는 가파른 석회암 덩어리로 되어 있어

고대 그리스에서 최상의 천연 요새 역할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고대로부터 로마, 비잔틴, 베네치아, 투르크인들에게 차례로 정복하고 정복당하며 재건설되고 보완되었다.
베네치아군과 터키군이 이곳에서 공방전을 벌이면서 외벽을 경쟁적으로 증축한 것이

현재 아크로 코린토스에서 볼 수 있는 베네치아 성채이다.


제우스 신으로부터 형벌을 받은 시시포스(Sisyphus)가 바위를 굴려서 언덕 위로 올라가야 하는 일을
영원히 반복한다는 이른바 시시포스의 산이란 전설도 간직하고 있는 곳.

바위를 어깨에 짊어지고 언덕 위로 올라가는 시시포스. 티치아노.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아크로 코린트(Acros Corinth) 성벽의 모습


아크로 코린트 (Acros Corinth)


코린트인들은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고도가 높은 이 지역에 요새를 지어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막았고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을 세웠다. 


 고대시대에는 이곳에 많은 신전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신전이

북동쪽 정상에 있는 아프로디테 신전이며 지금은 폐허가 되었다.


신전 남동쪽에 있는 피레네 샘은 코린트 유적지의 페이레네(Peirene)샘과 쌍을 이루는 것으로

이 샘 덕분에 아크로코린트는 오랫동안 공격에 대항할 수 있었다.


신화에 의하면 아르테미스(Artemis)가 살해당한 자신의 아들을 위해

눈물로 마술을 걸어 여자인 페이레네를 샘으로 변신시켰다고 한다.


그리스 로마의 신화에 등장하는 시시포스(Sisyphus)는

 어렸을 적부터 너무 익히 아는 이야기다.


시시포스가 산꼭대기를 향해 돌을 굴려 올리고 굴러 내려오면

다시 올리는 형벌을 받아 영원히 반복한다는 신화가 얽힌 산이 바로 눈 앞에 있다.
산꼭대기에는 베네치아 성벽에 둘러쌓인 환락의 도시가 있다.


다시 오기 힘든 여정에 꼭 올라가 보고 싶었지만 일행과의 일정상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 시시포스의 신화 이야기와 함께

인터넷의 도움으로 꼭대기를 답사한 분들의 자료를 빌려서 살펴본다.

세 개의 문을 지나야 성 안으로 들어간다는 난공불락의 요새 베네치아 성 첫 번째 문.


코린토스 유적지에서 자동차로 굽이굽이 산허리를 돌아 올라가면 성곽 정문 아래쪽에 조성된 주차장에 이른다.
이곳에서 걸어서 100 미터쯤 올라가면 외성의 제1 문을 만난다.


입구는 산의 서쪽에 있고 문은 3개가 있는데 각각 투르크식, 프랑크식, 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졌다.
깎아지른 바위에 겹겹이 성벽을 쌓고 성벽과 성벽을 이어주는 성문 3개가 살짝 보인다.


시시포스(Sisyphus) 신화 이야기 01 / 아우톨리코스(Autolycos)의 도둑질을 잡아낸 시시포스


아우톨리코스는 전령의 신이자 도둑들의 수호신인 아버지 헤르메스로부터

절대로 들키지 않고 훔치는 기술을 물려받은 도둑질의 명수다.


아우톨리코스는 시시포스의 소떼를 훔친 뒤 색깔과 모양을 바꾸어 더 이상 누구의 소인지 알아볼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우톨리코스의 신출귀몰한 재주도 교활한 시시포스 앞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시시포스는 소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알아채고 소의 발굽에 칼로 글자를 새겼다.
그리고는 글자가 찍힌 소의 발굽 자국이 어디로 갔는지 확인하여

아우톨리코스로 하여금 소를 훔쳐간 사실을 자백하게 만들었다.



아우톨리코스는 시시포스가 도둑맞은 소들을 되찾기 위해 찾아왔을 때

그의 소떼를 훔친 데 대한 보상으로 자신의 딸 안티클레이아를 시시포스와 동침시켰다.


일설에는 도둑질을 빌미로 시시포스가 아우톨리코스에게 딸을 요구했다고도 한다.
그 뒤 안티클레이아는 이타카의 왕 라에르테스와 결혼하여 오디세우스를 낳았는데,

결혼할 때 이미 오디세우스를 임신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래서 오디세우스는 시시포스의 아들이라는 설이 있다.


베네치아 성 두 번째 문.



난공불락의 천혜의 요새 아크로 코린트 .

아크로 코린트는 그리스 본토에서 가장 높은 산에 구축된 아크로폴리스이다.


그리스 시대의 아크로폴리스 위에 이곳을 지배했던 로마인들, 중세의 프랑크인들,
베네치아인들이 여러번 개축하고 증축하면서 다양한 축성 양식이 혼재된 성곽을 보여주고 있다.


아크로 코린트는 깎아지른 바위 산위에 구축된 난공불락의 요새이다.
산꼭대기와 7부에서 9부 능선을 감싼 성곽 둘레가 무려 2 Km에 달한다.


1821년 그리스가 오스만 투르크와 독립전쟁을 벌일 때에도 이 요새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어떠한 외적도 감히 범접하기 힘들만큼 험악한 지형과 성곽의 견고함이 대단해 보인다.



시시포스(Sisyphus) 신화 이야기 02 / 티로와 시시포스


시시포스와 살모네우스 (Salmoneus)는 형제였지만 사이가 몹시 나쁜 원수지간이었다.
시시포스는 델포이 (Delphoi)의 신탁에 어떻게 해야 살모네우스를 죽일 수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살모네우스의 딸 티로 (Tyro)에게서 얻은 자식이 살모네우스를 죽이게 될 것이라는 신탁이 내려졌다.
이에 시시포스는 티로와 결혼하였고, 티로는 시시포스에게 두 아들을 낳아 주었다.
하지만 나중에 시시포스에게 내려진 신탁의 내용을 알게 된 티로는 결국 제 손으로 두 아들을 죽이게 된다.


베네치아 성 세 번째 문.


제3문을 넘으면 아프로디테 신전이 있던 산꼭대기에 오른다.
제1문에서 제3문까지 오르는 산길은 200여 미터 정도의 험준한 등산로이다.



시시포스(Sisyphus) 신화 이야기 03 / 이스트미아 제전의 창설


코린토스에서는 해신 팔라이몬을 기리는 이스트미아 제전이 열렸다.
코린토스에서 이 제전이 열리게 된 유래는 다음과 같다.


카드모스와 하르모니아의 딸 이노는 시시포스의 형제인 아타마스와 결혼하여 멜리케르테스를 낳았다.
하지만 이노는 자매인 셀레네가 제우스에게서 낳은 디오니소스를 돌봐주었다가 헤라 여신의 분노를 사게 되어
멜리케르테스와 함께 바닷물에 몸을 던져 죽음을 맞게 된다.


이때 돌고래 한 마리가 메가라와 코린토스 인근 해안에서 멜리케르테스의 시신을 건져다 소나무에 걸어놓았는데
이를 당시 코린토스를 다스리던 시시포스가 발견하고는 조카의 장례를 치러주었다.


시시포스는 멜리케르테스에게 팔라이몬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신으로 예우를 하였으며,
그를 기리는 장례 경기로 이스트미아 제전을 창설하였다고 한다.


베네치아 성 세 번째 문.


세 개의 문을 지나야 비로소 베네치아 성 안으로 들어간다는 난공불락의 요새.


아크로 코린트는 그리스 최고의 성채이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할 뿐만 아니라 성채의 견고함이나 규모면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성채는 목숨과 재산을 지키는 보루이다.
이토록 험악한 바위산에 성채를 쌓는 인간의 처절한 노력과 절박한 심정을 현대인들이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난공불락의 성채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희생이 따랐을 것이다.



시시포스(Sisyphus) 신화 이야기 04 / 죽음을 피한 시시포스


코린토스의 왕이 된 시시포스는 어느 날 제우스가 강의 신 아소포스의 딸 아이기나를 유괴해가는 것을 보았다.
제우스는 그녀를 오이노네 섬으로 데려가 범하여 아들 아이아코스를 낳게 하였다.


아소포스는 사라진 딸을 찾아 그리스 방방곡곡을 돌아다녔지만 소용이 없었다.
시시포스는 아소포스에게 아이기나의 행방을 알고 있다면서

코린토스의 아크로폴리스에 샘물이 솟아나게 해주면 알려주겠다고 했다.

아소포스가 요구를 들어주자 시시포스는 그에게 커다란 독수리 한 마리가 아름다운 아이기나를 품에 안고
오이노네 섬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고 말해 주었다.


아소포스는 아이노네 섬으로 쳐들어갔지만 제우스는 벼락을 내리쳐서

아소포스를 다시 원래의 물줄기로 되돌려 보냈다.
이때부터 아소포스 강의 바닥에서는 시커먼 석탄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편 제우스는 시시포스의 고자질에 분노하여

죽음의 신 타나토스를 보내 그를 저승으로 데려가라고 했다.


하지만 꾀 많은 시시포스는 오히려 타나토스를 속여 토굴에 감금해 버렸다.

그러자 지상에서는 아무도 죽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이에 신들은 전쟁의 신 아레스를 보내 타나토스를 풀어주었고,

타나토스는 다시 시시포스를 찾아가 기어코 저승으로 데려갔다.


하지만 이를 미리 예상한 시시포스는 저승으로 끌려가기 직전에

아내 메로페에게 절대로 자신의 장례를 치르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저승의 왕 하데스는 지상에서 그의 장례가 치러지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겨 시시포스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시시포스는 아내의 경건하지 못한 행실을 한탄하며 하데스에게 다시 지상으로 보내주면
아내를 응징하고 잘못을 바로잡은 뒤 돌아오겠다고 하였다.


이에 하데스는 그를 다시 지상으로 돌려보냈다.
일설에는 하데스의 아내 페르세포네가 장례를 치르고 오라고 시시포스를 지상으로 돌려보냈다고도 한다.
그러나 지상으로 간 시시포스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오래오래 장수를 누리며 살았다고 한다.


요새 출입문 바닥 돌은 대리석처럼 반질반질하다.


세계2차대전 때, 독일군이 주둔했을만큼 요충인 이곳은

비잔틴, 프랑크족, 베네치아, 오스만 투르크가 차례로 지배했다.


1208년 수성을 하던 레온 스구로스는 성이 함락되려하자

말을 탄 채 산 정상에서 절벽 아래로 뛰어내려 자결했다.

눈 앞에 성벽이 위압적으로 펼쳐지고 그 왼편으로 멀리 평야가 바다를 향해 펼쳐진다.


어느 신전에선가 사용되었을 기둥이 초소의 대들보로 재활용되고 있다.


견고한 성채는 외적을 막아낼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성곽은 외적의 공격이 아니라

내부의 분열과 타락에 의해 스스로 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을 쌓던 절박감과 단결력은 성곽이 보호해주는

안일과 평온에 젖어 부지불식간에 무너지기 일쑤이다.


코린토스 역시 그랬다. 세상에 둘도 없는 철벽의 성채를 만들었지만,

번영이 가져다준 사치와 향락이 견고한 성채를 허물었던 것이다.
물리적 성채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들의 의지와 덕목으로 다져진 마음의 성채인 것이다. 

200평 정도 되는 공터에서 고고학자들이 측량을 하고 있다.
저 돌담이 2000 여년 전에 쌓은 성이라고.


사진 앞쪽 돌 창문의 모양이 이슬람 모스크의 특징을 간직하고 있다.


정상 근처에는 평평한 연병장 같은 공터가 있다.
산 아래 고속도로가 평야를 가로지른다.


한때 천 여명의 여사제이자 창녀들이 아프로디테의 사랑을 마음껏 나누어주던 신전으로 가는 길은 백척간두 절벽 위의 오솔길이다.

산 정상


시시포스(Sisyphus) 신화 이야기 05 / 시시포스의 형벌

하지만 시시포스의 속임수와 약은 행실은 나중에 저승에서 커다란 벌로 돌아왔다.
저승에서 시시포스가 받은 벌은 무거운 바위를 산 위로 밀어 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힘겹게 정상까지 밀어 올리면 바위는 다시 아래로 굴러 내렸기 때문에

시시포스는 영원히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했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알베르트 카뮈는 수필집 『시시포스의 신화』에서 이와 같은 시시포스의 노역을
인간이 처한 실존적 부조리를 상징하는 상황으로 묘사하였다.


쇠락하는 성벽 너머로 코린토스 지협과 두 개의 바다.
이오니아해(Ionian Sea)와 에게해(Aegean Sea)가 뚜렷이 보인다.


주변엔 무수히 많은 토기 파편들이 2500여 년의 세월동안 여기에 그대로 있어 왔다.


코린토스는 항구 도시다.  그런 탓에 외지인들의 왕래가 많았고,

물산이 집산되고 상품 교역이 빈번하여 번영을 구가할 수 있었다.


경제적 번영은 시민들의 생활을 전반적으로 풍요롭게 했지만,
부를 축적한 사람들의 사치와 방탕한 생활은 쾌락을 추구하는 퇴폐적 문화를 확산시켰다. 

물론 험한 바다를 누비는 뱃사람들의 거친 욕망을 분출시키는 해방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코린토스는 오랜 기간 항해하는 동안 억제되었던 성적 욕망을

마음껏 풀 수 있는 환락의 장소가 되었던 것 같다.


해발 575 미터의 아크로 코린토스에 있던 아프로디테 신전에는

일천여 명에 가까운 여사제이자 창녀들이 거주했었다고 하니
코린토스의 퇴폐적 분위기가 어느 정도였을지 가늠할 수 있을 듯싶다.

남아 있는 성벽


아크로 코린트(Acros Corinth) 위성 사진


참조 ; http://quintessential.tistory.com/366
https://blog.naver.com/felwithe/221346632800
https://blog.naver.com/wabool/221088240695

http://lhg5412.tistory.com/246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397899&cid=58143&categoryId=58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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