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인 함석헌 평전/[11장] <씨알의 소리> 창간, 반유신투쟁의 선봉장

2013/01/25 08:00 김삼웅

 

 

함석헌 유영모

함석헌은 이 책에서 <씨알>이란 제목의 논설을 썼다. 이후부터 ‘씨알’은 그의 사유와 철학의 알갱이가 되고, 아호처럼 사용되었으며, ‘씨알사상’의 주제어가 되었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씨알이란 말은 씨라는 말과 알이란 말을 한데 붙인 것입니다. 보통으로 하면 종자라는 뜻입니다. 종자는 물론 한문자의 種子에서 온 것입니다. 순전한 우리말로 하면 씨앗 혹은 시갓입니다. 아마 원래는 씨알인 것이 己이 人으로 변해서 씨앗이 되고 또 <아>줄과 <가>줄이 서로 통하는 수도 있기 때문에 씨갓으로도 됐는지 모릅니다.

어쨌건 종자라는 말인데 여기서는 그것을 빌어서 民 의 뜻으로 쓴 것입니다. 보통은 없는 것을 새로 지어낸 말입니다. 지금은 민의 시대여서 우리는 늘 민이란 말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민, 인민, 민족, 평민, 민권, 민생…입니다. 그런데 거기 맞는 우리 말이 없습니다. 국(國)은 나라라 하면 되고 인(人)은 사람이라 하면 되지만 민(民)은 뭐라 할까? 백성이라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百姓의 음뿐이지 순전한 우리 말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 민이란 말을 우리 말로 씨알이라 하면 어떠냐 하는 말입니다. 이것은 사실은 내가 생각해 낸 것이 아니고 유영모 선생님의 먼저 하신 것입니다.
(주석 5)

함석헌은 민이 주인이라는 시대에 순수한 우리말을 찾고자 하여 씨알을 쓰게 되었다. 유영모가 <대학> 강의를 하면서 풀이한 것이지만, 이 말에 생명을 불어놓고 대중화시킨 것은 함석헌이다.

왜 이대로 듣는 것 보다 아직 좀 어색한 듯 하지만 씨알이라 하자느냐? 쉽게 가장 중요한 점을 따져 말해서, 주체성 때문입니다. 민족주의나 국수주의를 주장하는 것 아닙니다. 民, People 하고만 있는 동안은 民ㆍ의 참 뜻 People의 참뜻은 모르고 지나간 것입니다. 民ㆍ 그것을 우리말로 옮겨 보려 할 때 즉 요새 도착화란 말이 많습니다마는 도착회를 시켜 보려 할 때에야 비로소 그 뜻을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말이 말만이 아닙니다. 낱말 하나 밑에 문화의 전 체계가 달려 있습니다. (주석 6)

함석헌은 이 글의 ‘씨알풀이’의 마지막 대목에서 이렇게 쓴다.

씨알보다 더 좋은 말이 있거던 고칠 셈 치고 우선은 써 봅니다. 民대로도 좋지만 民보다는 좀 더 나가기 위해서 民은 봉건시대를 표시하지만 씨알은 민주주의 시대를 표시합니다. 아닙니다. 영원한 미래가 거기 압축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한 씨알입니다. (주석 7)


주석
5> 앞의 책, 15쪽.
6> 앞의 책, 17쪽.
7> 앞의 책,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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