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평전/[14장] 정계의 차세대 지도자로 성장하다 2

012/10/12 08:00 김삼웅

 

 

2006년 7월 10일 오전 영등포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정대철 상임고문등이 김한길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근태는 일관성이 있는 인물이다. 신념과 소신이 정해지면 외압이나 상황에 따라 표변하거나 말을 바꾼 적이 거의 없었다. 민주화운동을 할 때나 정치활동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당내 민주화와 국정 개혁을 위해서는 동교동계의 해체가 무엇보다 긴요하다고 믿었다. 다음은 <월간중앙>과의 인터뷰다. 인터뷰어 윤석진 차장은 발문에서 이렇게 적었다.

낮은 목소리로 ‘은인자중’하던 민주당 김근태 최고위원이 마침내 투사의 본색을 드러냈다.
이번 당ㆍ정ㆍ청 인사를 계기로 김 최고위원은 당을 무력화시키는 동교동계의 전횡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고 말한다. 김 최고위원의 이번 투쟁 목표는 동교동계 해체, 지금까지 동교동을 향한 공격중 가장 강력한 것이다. 자칫 정치생명을 잃을지도 모를 모험적 투쟁에 김 최고위원이 먼저 깃발을 들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들어본다.
(주석 23)

김근태는 “현실적으로 동교동계 해체가 가능하리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거침없이 답변한다.

가능합니다. 내가 다소 과격하게 발언했는데, 동교동은 현재 민주당의 하나회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동교동계가 민주당의 하나회라는 취지보다 동교동의 문제는 대통령께서 상황을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보좌해야 하는데, 그 언로를, 눈과 귀를 막고 있다는 것입니다.자기들끼리 비공식 모임과 테이블에서 의논한 것을 사후에 당ㆍ정ㆍ청에서 그런 방식으로 밀고가도록 한다는 것은 당ㆍ정ㆍ청의 책임있는 사람들 전부를 아주 깊은 소외감에 빠뜨리는 일입니다. 이번 인사도 그렇구요. 그래서 내가 그들만의 잔치라고 했던 것입니다.

이번에 중요한 위치에 배치된 사람들이 전부 동교동 사람들이라는 것이 아니라, 동교동 사람들에게 선택되지 않고는 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기가 막힌 현실이죠. 그러니 동교동이 만나는 테이블과 그렇게 해서 의사가 결정되는 체계가 중단돼야죠. 사람들이 그게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구나 하는 느낌이 올 수 있어야죠. 그렇게 되지 않으면 참으로 위험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봅니다.
(주석 24)

김근태는 그러나 김 대통령이나 동교동계를 비판만 한 것이 아니었다. 김대중 정부가 곤경에 처했을 때는 가장 앞서 방어에 나섰다.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 족벌보수신문과 한나라당이 일체가 되어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하였다. 대부분의 여당의원들이 침묵할 때 김근태는 노무현 의원과 함께 거대 언론의 횡포에 맞섰다.

 


국세청은 2001년 6월 29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 6개 언론사에 대해 탈세혐의로 검찰 고발 방침을 발표했다. 이주성 조사 2국장이 동아일보사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2001년 2월 8일부터 중앙 언론사 23곳을 골라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김영삼 정부가 거대 신문사들의 탈세 혐의 등을 잡고도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덮어두었다. 이로 인해 언론계 안팎에서는 오래 전부터 권ㆍ언 유착설이 나돌았다. 국세청 조사결과, 탈루 소득액 1조 3,594억 원과 법인세 등 5,056억 원이 드러났다. 이중 절반 이상이 조ㆍ중ㆍ동에서 나왔다. 증여세와 법인세 탈세, 공금횡령 등의 혐의로 언론사 사주들이 검찰에 고발 당하고 구속되었다. 2006년 6월 대법원은 세금포탈 혐의 등으로 이들에게 징역형(집행유예)과 거액의 벌금 추징을 선고했다.

보수수구 신문들은 유신ㆍ5공을 거치면서 거대 족벌기업으로 성장하고 독재권력과 유착했다. 그리고 민주인사, 민주정권 특히 김대중 정부에는 사사건건 비난하고 헐뜯었다. 세무조사 이후에는 ‘언론탄압’을 내세우며 시시비비 아닌 비비(非非)만을 일삼았다. 여당 소속 의원들은 거대 신문들에 찍힐까봐 몸을 사리고 침묵했다. 김근태는 달랐다. 그는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며 정치권의 간섭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00년 12월 8일, 종로 YMCA에서 국세청 앞으로 행진하는 <언론사 세무조사 촉구대회> 참가자들.

 

 

김근태 최고위원은 3일 기자 간담회에서 엄정하고 공정한 검찰수사를 위해 정치권 발언자제를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검찰수사에 대해 “국세청 조사보다 갈등을 유발할 수 있고 민감한 사안이다. 엄정하고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영향력 있는 사람의 발언이 절제돼야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 세무조사를 잘했다는 의견이 70%를 넘지만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견도 50%가 넘는 점을 지적하며 “현재 국민들의 심리상태를 볼 때 우리사회는 국론분열의 위험성이 있다”며 검찰조사가 엄정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를 통해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얻어야 “검찰도 발전하고 오늘의 상황이 국민들의 공감 위에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날 정대철 최고위원의 ‘사주 구속 신중론ㆍ국정조사 수용’ 발언에 대해 “검찰수사가 종료된 후 국정조사를 검토할 수 있지만 그전까지 정치인의 발언은 사법행정과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쳐 공정성과 신뢰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검찰 수사 후 사주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가 최대의 고비”라며 “정치권에서 코멘트해선 안 된다. 검찰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정치권의 영향력 행사를 거듭 반대했다.

한나라당의 색깔론 공세에 대해 김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주장에 좌절감을 느낀다”며 “어떻게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과 세무조사가 논리적으로 연결되는지 의심스럽고, 설혹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사실적 근거 없이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색깔론은 군사독재적 수법”이라며 “색깔론을 통해 지역 분열주의를 자극하고 그에 동조하는 국민들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퇴행적이며(야당측 주장인) ‘3김 극복’ 과도 논리적으로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주석 25)


주석
23> <월간중앙>, 2001년 10월호, 146쪽.
24> 앞의 책, 148~149쪽.
25> <내일신문>, 2001년 7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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