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평전/[14장] 정계의 차세대 지도자로 성장하다

2012/10/11 08:00 김삼웅

 

 

 

2002년 11월 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김홍일 의원 후원회에는 민주당 동교동계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근태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면전에서 최고 권력자에게 간언은 여간해서 쉽지 않는 것은 고금이 다르지 않다.
지난 해 12월 김대중 대통령과 민주당 최고위원들의 청와대 회동에서 김근태 최고위원은 가장 먼저 발언했다. 그 핵심은 첫째, 당정의 핵심 포스트에 있는 사람들을 교체해야 한다. 둘째, 비공식 보고라인을 제거해야 한다. 셋째, 이러한 일을 늦출 경우 당 내부에서 권력투쟁이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맨 마지막에 발언한 정동영 최고위원의 ‘권노갑 퇴진 발언’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을 뿐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주석 18)

김근태는 <신동아> 인터뷰에서 김 대통령에게 간곡하게 개혁을 주문했다.
“대통령께서는 개혁이 성공해야 정권재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개혁이 중단되면 정권재창출은 물론이고 나라가 망하는 겁니다. 그러나 지금 이대로 가서는 개혁이 안 됩니다.” (주석 19)고 간언했다.

김근태는 청와대 회동에서 김대통령과 민주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개혁정책을 추진하려면 도덕적 신뢰라는 동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국무총리, 당대표, 비서실장 등 당과 행정부의 핵심인사와 운영방식의 전면적인 교체와 변화를 요구했다. 김근태는 이어서 대통령의 업무량이 너무 많아 격무에 시달린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혼자서 어떻게 모든 일을 다합니까.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니까 업무량이 과도한 겁니다. 그렇다면 장관이라도 유능해야 하는데 DJP공조로 인재 풀은 적고 그나마 나머지도 충성스러운 사람들을 등용하니까 일을 맡기고 논의할만한 장관이 나올 수 없습니다.”  (주석 20)

김근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대중 대통령과 핵심 측근들에게 개혁을 촉구했다.
반세기만의 정권교체로 수립된 DJ정권이 실패하면 정권재창출도, 민주주의의 발전도 어렵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동교동 실세그룹과 충돌하기 일쑤였다. 김대중이 동교동계 실세인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을 민주당 대표로 지명하자 김근태는 공개적으로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다음은 한 언론의 보도다.

“김근태 최고위원이 재야민주화운동 시절의 투사로 되돌아간 것 같다.”
민주당 김근태 최고위원이 한광옥 대표 지명에 반대하면서 동교동계를 향해 연일 적격탄을 퍼붓자 당내에선 “늦었지만 진짜 투사가 된 것 같다” “요즘 시대에 왠 민주투사냐” “투사로 나선 것은 좋지만 한 발 늦었다” 등 여러 갈래 평가가 나왔다. 재야시절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 등을 지내며 투옥됐던 김 최고위원은 9월 1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비장한 표정으로 “지난 날 민주화운동 할 때가 생각난다. 김근태가 투쟁하다가 고립되면 국민에게 알려달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이 동교동계 해체를 주장하자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노갑 전 최고위원이 “동교동 해체 주장은 당을 해체하란 말이나 다름 없다”고 반박하면서 양측 갈등이 확산되었다. 당내 뿌리와 한 갈래 줄기 간의 싸움으로 비유되는 양측 대결은 미국의 테러 참사로 일단 잠복했지만 머지않아 다시 표면화할 것으로 보인다.
(주석 21)

 


2003년 2월, 청와대를 떠나 동교동으로 돌아오는 김대중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나온 동교동계 인사들.

 

김근태의 ‘민주당개혁론’은 멈추지 않았다.
‘동교동계의 해체’까지 들고나왔다. 김대중이 고난을 받을 때 그와 함께해 온 동교동계가 집권 뒤 기득세력화 하면서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 김근태의 판단이었다.

대통령 임기 중반기에 권력의 핵심에 도전하는 것은 여간한 용기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차기 대권 후보를 겨냥하는 처지에서 당내 최대 계보인 동교동계와 척지는 일은 정치적 자살골에 속하는 일이었다. 한 언론의 머리 부문이다.

최근 TV 토론회에 참가해 논리적이고 신사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밝혀 정치인으로서 참 면모를 보여 주고 있는 김근태 최고위원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비논리적이고 목소리만 큰 정치인과는 사뭇 다르다.

김 의원의 팬클럽은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다. 과거 민주화운동의 선두주자에서 집권당의 차기 대권후보로 변한 그에게 기대하는 국민의 관심은 크다. 이 시대가 새로운 정치문화와 정치인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김 위원은 잘 알고 있다.

지금 김 최고위원은 차기 대권의 중심에 서 있다. 자신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고 세계화를 잘 알고 있으며 책임감이 있는 정치인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김 위원은 사실상 자신의 대선캠프인 한반도포럼의 지부 확장과 지구당원 상대 강연, 지역구민 직접 접촉 등을 통해 대중 속으로 다가가는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2006년 11월 2일 저녁 김대중 도서관 후원회 행사에서 김대중 전대통령과 참석인사들이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최근 김 위원은 당내 특정계보인 ‘동교동계’의 해체를 거듭 공개요구하고 있다.
“당의 공적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기 위해선 비공식라인이 더 이상 작동돼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동교동계를 거론하며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하나회’가 있었듯이 민주주의 정권에서의 ‘하나회’가 돼선 안 된다”는 소신을 피력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 탄생이 그들만의 잔치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독점과 전횡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김 위원은 이같은 상황이 시정되지 않으면 국민의 냉소와 패배주의가 심화되면서 민심 이반이 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석 22)


주석
18> <대통령이 변해야 산다>, <신동아>, 2001년 7월호, 92쪽.
19> 앞과 같음.
20> 앞의 책, 94쪽.
21>
2001. 9. 27. 1990년.
22> <내외저널>, 2001년 10월호 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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