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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의 새로운 일어섬을 위하여 / 김근태: ‘X-파일’ 관련기사가 연일 언론 전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파일을 모두 공개하면 나라가 흔들릴’ 거라고도 하고, ‘그.. http://t.co/fsS3nL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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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 관련기사가 연일 언론 전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파일을 모두 공개하면 나라가 흔들릴’ 거라고도 하고,

‘그동안 힘깨나 쓴 사람치고 떳떳한 사람이 없을’ 거라는 수군거림도 있습니다.

불법 도청 테이프를 ‘판도라의 상자’에 비유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권은 물론 언론, 재벌, 검찰 등 우리 사회의 권력이란 권력은 모두 무대 전면에 나서서

한판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복잡한 셈법이 동원되고,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 국민을 당혹케 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충격을 받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점일 것입니다.

하나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기관인 국정원이 공공연하고도 광범위하게 불법 도청 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국가 공권력의 추한 타락상을 지켜보며 ‘국민의 힘으로 만든 민주국가의 시민’이라는 자부심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X-파일’에 담긴 사회 지도층의 적나라한 자기이해 추구 행태에 대한 분노일 것입니다.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총체적 저급함과 부패를 지켜보며,

그동안 가졌던 최소한의 기대마저 밑둥부터 허물어지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둘 중 어느 것이 더하고 덜한지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도청이 문제냐, 도청 내용이 문제냐’는 식의 논쟁 역시 지엽적입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번 사건으로 국민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고 가는 리더십 전반에 대해

‘믿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은 사회 지도층이 스스로 우리 사회를 ‘불신의 나락’으로 이끌고 갔다는 신랄한 비판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저 역시 국민 여러분에게 사죄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깨끗한 정치, 민주주의와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저 자신이

정말 세상 물정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려 참으로 화가 나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 사회도 ‘야만의 질서’를 넘어 ‘희망의 질서’를 꿈꿀 수 있을 정도는 된다고 했던 말씀들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제 가슴에 꽂힙니다.

 

반면, 오기도 생깁니다.

‘우리 사회가 여기서 전진을 멈출 수는 없다’는 생각이 치받고 올라옵니다.

어떻게 이룬 민주주의고, 어떻게 만든 민주정부입니까?

 

‘판도라의 상자’ 속에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정체를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흉측한 괴물이고, 실제로 우리 주위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결국 그 괴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힘을 모아 그 괴물과 맞서 싸워야 하고, 싸워서 이겨내야만 우리 사회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점도 명확합니다.

 

‘복차지계(覆車之戒)’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엎어진 앞 수레의 바퀴자국을 보고 뒷 수레가 경계한다’는 말입니다.

이번 ‘X-파일’사건을 한 번의 대소동쯤으로 넘긴다면 우리 사회는 정말 대책 없이 불행해질 것 입니다.

 

반면, 이 소동을 ‘상식이 통하는 사회’ ‘밀실에서 나누는 대화와 광장에서 나누는 대화를

최대한 근접 시키는 계기’로 만든다면 어쩌면 대반전의 모멘텀이 시작 될 수도 있을 것 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의 주체들 스스로 ‘인식과 행동의 일대전환’을 해야 합니다.

이번에 손익계산을 앞세워 국민에게 떳떳하지 못한 해결방법을 도모하는 집단은 반드시 상응한 댓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모든 것을 털어놓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그 길만이 우리 사회를 희망으로 이끄는 길이고, 우리 사회의 리더십들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명예를 지키는 길입니다.

 

한 가지 예만 들겠습니다.

국민의 눈에는 ‘X-파일’을 널리 고발한 MBC의 이상호 기자를 먼저 수사하는 것 정말 어색하기만 할 것 같습니다.

우리 속담에 ‘네 담이 아니면 내 쇠뿔이 빠졌겠느냐?’는 말이 있습니다.

소가 담을 들이받아 뿔이 빠졌는데, 담 주인에게 소 뿔 값을 물어내라고 떼를 쓴다는 뜻입니다.

혹시 그렇게 보이지는 않을까요?

 

정말로 모든 의혹은 분명하게 밝혀져야 합니다.

어떤 명분과 이유, 법 논리도 진실을 덮을 수는 없습니다.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지금 국민적 신뢰와 자부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2005.8.9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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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 갖고 장난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부대찌개’라는 음식이 있지요.

 제가 즐겨 먹는 음식 가운데 하나인데˜. 여러분도 그럴 거라고 짐작합니다만,

‘부대찌개’라는 이름을 들으면 괜히 생채기에 손을 댄 것처럼 뜨끔해 지곤 합니다.

‘미군부대에서 먹다 남은 것’으로 만들어서 그런 이름이 붙는 것이겠지요.

우리의 아픈 과거가 거기에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옛날, 웃어른을 만나면 ‘아침 식사 하셨습니까?’ ‘진지는 드셨는지요?’라고 인사하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만 해도 보릿고개가 혹심했습니다.

그러니 일용할 음식을 앞에 두고 뭐라고 말하는 것은 ‘음식타박’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지요.

 

이런 이유 때문일까요?

우리는 오랫동안 ‘식품안전’에 대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훨씬 느슨한 기준을 갖고 살아왔습니다.

느슨한 기준이 사회적 관습이 되고, 문화가 되어 어느 샌가 널리 퍼져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식품’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급격히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 ‘음식’을 단지 끼니를 잇는 것으로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음식’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웰빙’ ‘유기농’ 열풍도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식품안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변화에 비해 우리 사회 전반의 관습과 시스템, 법규는 아직 충분하게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식품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식품’과 ‘다른 공산품’은 상당히 다른 ‘생산물’이라는 사실에 대해 우리사회는 의외로 둔감합니다.


이제 몸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어야 할 때가 됐습니다.

‘식품안전’에 대해 변화된 국민의 의식에 걸맞는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어쩌면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건강한 사회’로 발전시키는 전제조건인지도 모릅니다.

 

7월 28일, 새로운 식품위생법과 시행령이 발효됐습니다.

‘위해식품’을 근절하기 위한 정부의 초강경 대책이 본격 시행되는 셈입니다.

 

새 법령은 우선,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식품을 제조․판매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안전성 평가를 통과하지 않은 식품의 제조․판매를 금지하고, 위해 ‘우려’가 있는 식품은 수입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심각한 위해식품 제조․판매 사범에 대한 신고포상금을 30만원에서 1천만 원으로 대폭 인상해 내부고발을 유도하기로 했습니다.

 

위해식품을 만들거나 판매한 사람에 대한 처벌도 강화했습니다.

위해식품을 만들고 유통할 경우 반드시 최소 징역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물론,

판매액의 2~5배를 벌금으로 부과하고, 향후 5년 동안 같은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위해식품 회수 책임도 영업자가 직접 지도록 하고, 위반 사실을 자기 부담으로 중앙 일간지에 공표하도록 했습니다.

 

한마디로 위해식품을 원천봉쇄하는 한편, 죄질이 나쁜 위해식품업자는

다시는 식품산업에 참여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고하게 처벌함으로써 ‘위해식품을 추방하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초강경 조치를 취하다보면 법 적용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음식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대부분 중소 자영업자이다보니

‘食파라치’의 먹잇감이 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경미한 위반행위는 포상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또 농민, 음식점의 과대광고 역시 포상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새로운 법령의 시행경과를 저는 지금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에 최소한 ‘더 이상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수준의

합의를 이룰 수 있을 때까지 직접 확인하고 감독하겠습니다.

필요하면 또 다른 행정조치도 검토하겠습니다.

이번 기회를 반드시 ‘먹거리안전’을 지키는 전환점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의 국민적 자존심을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먹거리안전’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아주 분명히 대처하겠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제가 일하는 동안 최소한

‘먹거리에 대한 걱정’만큼은 덜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 주시고, 좋은 아이디어도 보내 주시면 참으로 고맙겠습니다.


2005.8.1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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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더운 날씨입니다.

올해는 좀 유별납니다. 숨이 턱턱 막힙니다.

앞으로도 한 달 넘게 이 더위와 맞서 싸울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섭니다.

 

여름은 저에게도 견디기 힘든 계절입니다.

특히 저와 함께 차를 타고 일하는 직원들에게 미안해지는 때이기도 합니다.

 

제가 에어컨 바람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그냥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고 에어컨 바람을 쐬면 몸이 으스스해지고 심하면 감기에 걸리기도 합니다.

체력은 약한 편이 아닌데(당장이라도 축구 한두 경기를 풀타임으로 뛸 수 있는 체력은 됩니다) 유독 호흡기 계통이 말썽입니다.

이젠 지나간 어두운 시대를 몸으로 맞서 버티느라 불가피하게 얻은 후유증인 셈이지요.

 

덕분에 저와 함께 차를 타고 일하는 친구들은 두 배 힘든 ‘여름나기’를 각오해야 합니다.

아무리 더운 날씨라도 에어컨 대신 자동차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다닙니다.

금방 와이셔츠가 땀으로 젖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미안해지긴 하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여름을 어떻게 보내시는지요?

더운 날씨일수록 짜증나는 일이 있더라도 힘내서 떨쳐내시길 기원합니다.

‘아자 아자’ 하면서 말입니다.

 

이번 여름에 저도 답답한 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국민연금 문제입니다.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를 위해 ‘제도개혁’을 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적 토론이 있었습니다.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안을 만들고 국회에 제출한지도 벌써 3년이 다돼갑니다.

그런데 실질적인 토론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모두 연금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개혁안에 대한 토론에는 쉽게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여야 지도부를 만나 ‘범국민 토론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하고

동의를 얻어내기도 했지만 아직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국민의 지지를 먹고 사는 정치인의 입장에서 국민에게 ‘더 내고 덜 받자’고 호소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필요한 얘기라도 국민에게 부담을 더 감당해야 한다는 말을 하기가 쉽겠습니까?

국민에게 미안하고 안쓰러워 말하기 어려운 게 당연합니다.

저도 정치인 출신인 만큼 각 당 지도부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그래서 지금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선거를 앞두면 더 말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번에 하지 않으면 적어도 앞으로 3년 정도는 그런 말조차 꺼낼 수 없게 됩니다.

 

내년부터 08년 4월까지 지방자치제 선거와 대통령 선거 그리고 국회의원 선거가 줄지어 있습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국민에게 어려운 얘기를 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앞으로 남은 올해 5개월이 연금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토론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물론,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심각하다는 점이 행동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공통의 현상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나라가 ‘인기 없는 연금제도’ 때문에 고민하고 있고, ‘인기 없는 줄 알면서도’ 연금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모두 재정안정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하는 점이 최대의 고민입니다.

이 개혁과정에서 국민적 합의를 이뤄낸 나라도 있고, 이뤄내지 못한 나라도 있습니다.

 

지난번 OECD 총회에서 확인한 일입니다만,

국민적 토론과 합의과정을 거쳐 연금개혁을 이뤄낸 나라가 국민통합을 이루고 안정적인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나라는 대부분 사회통합과 경제성장의 양 측면에서 정체에 빠져 있습니다.

 

이제 성숙한 토론을 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잘못한 일은 솔직하게 고백하고, 어려운 사정은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직접 알려야 합니다.

각계의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국가와 국민의 ‘안전한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이런 바탕에서 최선의 대안을 찾아내야만 국가전체와 국민 개개인의 발전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입니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양극화 문제 등 답답하고 해결되지 않는 ‘사회적 이슈’를 너무 많이 안고 있어서 더 덥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정규직 문제가 그렇고, 노정갈등이 그렇습니다.

부동산대책과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사회적 긴장도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시원한 소나기 한줄기가 그립습니다.

한발도 진전하지 못하고 있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터놓고 대화하는 ‘신선한’ 토론의 광장을 만드는 건 어떨까요?

답답한 이 상황을 타개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시원한 한줄기 소낙비 같은 토론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말입니다.

 

2005.7.25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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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엉뚱한 말씀을 드릴까 합니다.

TV 드라마 얘깁니다.

 

얼마 전부터 주변 사람들이 ‘삼순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드라마를 자주 볼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서 처음엔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모처럼 집에서 쉬는 날, 우연히 그 드라마를 봤습니다.

 

<내 이름은 김삼순>. 아마도 요즘 ‘세 자녀를 낳자’고 선동하고 다니는 제 ‘직업적인’ 관심 때문에

‘김삼순’이라는 고향스런(?) 이름에 신경이 쓰였던 모양입니다.

삼순이 덕분에 ‘세 자녀 갖기’에 탄력이 붙을지도 모른다는 은근한 기대를 갖기도 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삼순이는 너무 솔직했고, 너무 적나라했습니다.

편하게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순간순간 ‘움찔’ ‘움찔’ 했습니다.

“오래 굶은 이 누나는 피눈물이 난다”는 식의 표현은 민망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그 드라마를 보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자꾸 삼순이가 눈앞에 어른거렸습니다.

묘한 기분과 함께 어쩌면 삼순이가 바로 나 자신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 한구석에서 ‘너도 삼순이처럼 살고 싶었잖아’ 하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습니다.

거리낌 없고, 솔직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꿀리지 않고…. 그런 삼순이가 부러웠던 모양입니다.

삼순이를 보면서 후련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제가 보낸 20, 30대에는 꺼릴 꺼리가 많았습니다.

솔직할 수 없었고, 하고 싶은 대로 한 것보다 하지 못한 일이 훨씬 많았습니다.

그리고 ‘삼순이’보다 ‘희진이’가 더 소중했습니다.

그녀를 외면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었습니다.

힘들지만 희진이를 지켜야 했습니다.

그것 때문에 내 맘 속의 삼순이가 속상하더라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그 땐 희진이 옆에 잘 생긴 다니엘도 없었으니까요.

 

“세상에 태어나서 절대 해서는 안 될 일 중 하나가 바로 헤어진 남자한테 전화질하는 거야.

(…) 그래도 그렇지, 난 줄 뻔히 알면서 생까고 있단 말야 지금? 나쁜 자식”

삼순이가 그렇게 말할 때는 제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부끄럽고 괜히 화도 났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나니 ‘삼순이’가 편해졌습니다.

슬며시 웃음도 나왔습니다.

 

삼순이가 상처받는 말들, “결혼은 했어?”, “애인은 있나?”라는 질문이 마치 30대 초반에 저를 걱정하는 선배들이

“요즘 뭐하니?”, “그래서 계획은 있니?”하는 질문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솔직한 삼순이의 삶이 부러웠나 봅니다.

어쩌면 평범할 수 없었던 제 일기장이 속상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제 선택이었고, 속상한 마음도 제 선택의 그림자겠지요.

 

<내 이름은 김삼순> 게시판을 찾아갔습니다.

드라마 기획의도에 “스토리는 심플하게, 감정은 깊게, 웃음은 호탕하게, 눈물은 진하게”라고 적혀 있더군요.

삼순이는 제작진이 그런 의도를 갖고 만든 모양입니다.

 

그럼 제가 선택한 길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스토리가 의미있게, 감정을 너무 드러내지 말고, 웃음과 눈물은 잔잔하게??”

 

후회는 없습니다.

앞으로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젠 삼순이를 편하게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삼순이, 당찬 삼순이를 이쁘고 소중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이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 인생이 소중한 만큼, 그녀의 인생이 소중한 건 분명합니다.

진지한 경험만이 정답이 아니듯이, 가벼워 보인다고 해서(이 세상 어떠한 인생도 가볍지 않습니다) 오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내가, 주어진 자신의 역할에 얼마나 최선을 다해 몰입하고 있는가 하는 점인 것 같습니다.

 

이제 곧 드라마가 끝난다고 합니다.

TV를 통해 더는 삼순이를 볼 수 없겠지요.

 

그러나 드라마가 끝나도 수많은 ‘삼순이들’은 또 새로운 삶을 계획할겁니다.

그 삼순이가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2005.7.18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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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입니다.

크고 작은 비 피해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한발 앞서 대비하고 준비해야겠습니다.

오락가락하는 빗줄기와 함께한 지난 한 주일엔 정말 뉴스가 많았습니다.

그 가운데 주목할 만한 소식이 세 가지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소식,

둘째는 영국에서 있었던 폭탄테러 소식이고,

셋째는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다는 소식입니다.

우선, 기분 좋은 얘기부터 하고 싶습니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는 정말 오랜만에 듣는 낭보였습니다.

북한과 미국 양국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며, 지금까지 6자회담을 위해 애쓴 우리 외교팀에도 격려를 보냅니다.

영국에서 발생한 수많은 희생을 보며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과 착잡함을 느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위로와 격려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넷 강국인 우리가 따뜻한 인터넷, 따뜻한 지구촌 만들기에 앞장서는 것도 매우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폭탄테러의 원인이 보다 철저히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난 7일, 안타깝게도 한국노총마저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실은 민주노총이 복귀하기를 바라는 시점이었습니다.

민주노총의 복귀를 통해 노사정위원회가

우리 사회의 양극화문제를 극복할 사회적 대타협의 시작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아쉬움이 큽니다.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합니다.

복지부 일을 하면서, 난마처럼 얽힌 우리나라의 경제와 사회정책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양극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분열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가물가물해 질 것입니다.

국민적 분열을 감당하지 못하고 좌절할지도 모릅니다.

비정규직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비정규직의 확산은 곧 복지수요의 확대를 의미합니다.

단순히 고용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의 고용구조가 복지수요를 폭발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노동계와 정부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개혁을 위한 큰 길에서 손잡고 함께 가야할 사람들이 현안문제를 슬기롭게 풀지 못하고

너무 쉽게 대립의 길로 돌아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평화개혁세력의 분열은 결국 사회를 뒷걸음질 치게 만들고 말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자꾸 마음이 급해집니다.

물론, 비관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요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관계가 좋아졌다고 합니다.

 

잠시 탈퇴한 기간 동안 양대 노총이 더욱 단결하고,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를 깊이 성찰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조속히 대화의 틀 속으로 다시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양대 노총이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 같이 우리 사회의 존망을 판가름할 문제에 대해

함께 팔 걷어붙이고 나서줄 것을 요청하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의 ‘진짜’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국민과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기를 요청하고자합니다.

새로운 대안이 필요합니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우리 사회의 놀라운 경제도약을 가능케 했던 힘은 ‘성장주의 경제체제’였습니다.

그런데 그 체제가 급격히 효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반면에 새로운 대안은 쉽게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길은 노사정이 함께 하는 사회적 대타협 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진정한 발전과 새로운 성장을 지지하는 모든 세력이

우리 사회 전체의 발전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짐을 나눠져야 할 때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여러분.


2005.7.11.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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