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교외의 다차(Dacha)

다차(Dacha)는 러시아, 구 소련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간이 별장과 텃밭 농장을 말한다. 
러시아인들은 주말이나 휴가철에 가족 단위의 별장인 다차에서 휴식을 즐기는 문화가 있다.

"dacha"라는 단어는 "davat"또는 "give"에서 유래했으며 

원래 차르가 귀족에게 할당한 땅을 의미했다. 
그리고 실제로 소비에트 시대의 dacha는 일부 서방 국가의 할당량과 유사하다. 
이것은 지방 정부가 개인 소비를 위해 채소를 재배하거나 정원을 가꾸도록 
시민들에게 일반적으로 무료로 할당한 토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토지의 이름이 건물에도 적용되었다. 

Dachas는 구 소련의 대부분 지역과 구 동구권의 일부 국가에서도 널리 퍼져 있다. 
러시아인은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이곳에서 2박 3일 간 기거하며 농사를 짓고 휴식을 취한다.

러시아 어느 도시든 도심을 잠깐만 벗어나면 다차가 줄지어 서 있다. 
다차는 서방에서 보통 별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주말 농장이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 
도시에 사는 사람 가운데 70% 이상이 다차를 소유하고 있으니, 
러시아의 속살을 제대로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주 5일 근무하는 러시아의 대도시들은 금요일 오후만 되면 교통 혼잡으로 몸살을 앓는다. 
다차로 향하는 차량 행렬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의 마음은 금요일 점심 때쯤이면 다차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레닌 대로(大路) 등 모스크바 교외로 향하는 대부분의 큰길은 다차를 찾아가는 
모스크바인들의 차량으로 극심한 교통 체증을 겪는다. 
 
다차는 대개 대도시의 도심에서 100~200㎞ 안에 위치해 있다. 
자동차로 한두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수록 다차의 가격은 떨어진다. 
모스크바에서 다섯 시간쯤 떨어진 곳의 다차는 

800루블(한화 10만원)이면 살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러시아의 다차 문화는 19세기 제정(帝政) 러시아 시대부터 내려온 전통이다. 
귀족들은 여름이면 별장에서 살며 파티를 즐겼다.
러시아 정부가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에 걸쳐 

다차를 갖고 싶어하는 직장인들에게 600㎡의 땅을 무상(無償)으로 분배하면서, 

다차는 러시아인들의 삶 깊숙이 자리하게 되었다.

 

블라디미르 바바쉬킨 교수 다차(Dacha)

 

우리 일행을 인도하는 김창진 교수는 모스크바에서 전문대학에 재직 중인
블라디미르 바바쉬킨 교수와 아주 가까운 친구 사이다.
바바쉬킨 교수는 모스크바에서 고등학교 영어 선생으로 재직 중인 부인과 함께 
시내에서 승용차로 1시간 여 거리에 있는 마을에 아름다운 다차를 가지고 있는데 
꽃과 나무와 열매, 채소 등을 가꾸고 키우는 일로 보람과 즐거움에 빠져 
아예 모스크바의 집을 처분하고 다차를 확장해서 생활하고 있다. 

 

바냐(Баня)

바냐(Баня)는 러시아의 목욕탕이다. 
통상적으로 바냐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핀란드식 사우나와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수세기 동안 이어온 러시아의 사우나 문화여서 자세히 들여다 보면 좀 다르다.
러시아 사람들은 다차에 대부분 바냐를 가지고 있다.

 

바냐(Баня)

 

바냐에 들어가기 전에 심장과 혈관이 놀라지 않도록 따뜻한 물로 샤워를 먼저 해야 한다. 
비누를 사용해 씻으면 안 된다. 
피부가 너무 건조해지는 걸 막아주는 피부 지방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한증실에서는 드러누워 있는 상태가 가장 좋다. 


처음 들어갈 때는 기온이 그리 높지 않은 아랫편 의자에 앉아서 시작해야 한다. 
한증실에서 나온 직후에는 샤워를 하고 냉탕에 풍덩 뛰어들거나 눈밭에 뒹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부가 땀과 함께 몸에서 나온 모든 유해 요소를 흡수해버리기 때문이다. 
의사가 일광욕과 야외 수영, 운동을 권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바냐는 금물임을 명심해야 한다.

 

바냐(Баня)

머리카락 보호를 위해서는 특수 모자를 써야 한다. 
사람들은 증기로 몹시 뜨거운 열기 속에서 러시아 어로 '베닉'이라 부르는 
자작나무 가지 뭉치로 서로 등을 때려 주고는 한증실에서 뛰쳐나와 얼음물 속에 뛰어든다. 
이렇게 하면 시원할 뿐만 아니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효험도 있다고 한다. 
러시아 바냐에서 목욕을 마치고 나면 힘이 넘치는 기분을 느낀다. 
모든 독소가 몸에서 빠져 나가고 나면 피부가 깨끗하고 팽팽하고 젊어지기 때문이다.

 

바냐(Баня)

자작나무 가지를 모아 굵기에 따라 분류하고, 

풀어지지 않도록 묶는 작업은 상당한 기술과 숙달을 요구한다.
베닉 제조 전문가들은 “보름달이 뜬 짝수 날에 이것을 만드는데 
줄기가 둘로 나뉜 자작나무나 홀로 서 있는 자작나무는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가지를 말린 상태로 묶음을 만들어야 제대로 사우나를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베닉은 사용할 시기에 맞춰 따로 준비한다. 
“여름에 쓸 가지들은 5월에서 6월 사이에 준비해야 하고, 
겨울에 쓸 요량이면 7월 7일부터 ‘엘리야의 날’인 7월 20일 사이에 마련해야 한다. 
이 나뭇가지들은 다음 해 다시 철이 돌아올 때까지 보관하며 사용한다.” 
특히 “5월에 만든 베닉은 아주 부드러워서 어린 아이에게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골프 경기에서 용도에 따라 다양한 클럽을 사용하듯 

러시아식 사우나에서도 목적에 따라 다양한 베닉이 등장한다. 
전나무 가지는 살균효과가 있다고 한다. 
감초(licorice) 가지 묶음에 야생 약초인 마요라나(majoran)와 고추나물(St. John’s wort) 등을

함께 사용하면 피부의 멍든 부위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감초 가지는 기침에 효과가 있고, 전나무 가지는 감기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전해 온다. 
그래도 역시 으뜸은 자작나무 가지라고 한다.

자작나무 베닉은 지친 몸의 근육통 및 관절통 해소에 도움이 되며 피부도 깨끗하게 해 준다. 
자작나무 잎이 방향유, 탄닌, 비타민 C, 비타민 A 등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일행은 모두 '바냐'로 불리는 사우나를 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탁구 게임도 하고.

 

다차에서 먹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저녁이면 집 마당의 식탁에 보드카와 소시지 그리고 '샤실릭'을 차린다. 
샤실릭이란 장작을 태워 숯불을 만든 뒤, 
여기에다 돼지고기, 쇠고기, 철갑상어를 꼬치에 꿰어 구워 먹는 것이다.

 

보드카와 곁들여 먹는 샤실릭의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한 잔씩 마시다가 흥에 겨우면 노래를 부르고 음악에 맞춰 한바탕 춤을 춘다. 
그리고 달빛 아래 차를 마시며 밤늦도록 시간을 보낸다.

 

음악에 소질이 뛰어난 바바쉬킨 교수 부부는 두 딸과 함께 
우리 일행을 위해 작은 음악회를 열어 주었다. 
그들은 '백만송이 장미" "백학(白鶴)" "스텐카라친" 등 우리가 알만하여 신청한 

러시아 노래를 거침없이 화음에 맞춰 능숙하게 불러 주었다.

 

다차는 야채와 과일 그리고 곡식을 생산하는 식량창고 역할도 한다. 


러시아가 경제난에 시달리던 1990년대 초반 

다차를 방문한 외국인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시내 상점에는 살 물건이 부족해 긴 줄이 늘어서 있는데, 
러시아인들의 다차에는 곡식들과 과일, 통조림이 빼곡하게 쌓여 있었다는 것이다.
다차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것은 감자와 오이다. 
다차에서는 한 가족이 1년 정도 먹을 양의 감자와 오이가 나온다고 한다. 
러시아인들은 주식을 다차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남으면 시장에 내다 팔기도 한다.

 

바바쉬킨 교수 부부는 다차를 가꾸고 꾸미느라 

아예 모스크바로 매일 출퇴근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영상] 블라디미르 바바쉬킨 교수 다차 (Da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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