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고의 풍경화가 이삭 레비탄 (Isaak Ilyich Levitan 1860-1900) 작품 전시실

이삭 레비탄은 리투아니아 카팔타이 출생으로 어려서 부모를 잃고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예술에 대한 뛰어난 재능이 인정되어 모스크바의 미술전문학교에서 수학하고 
풍경화가인 A. K. 사브라소프와 V. D. 폴레노프의 지도를 받았다.

 

이삭 레비탄은 서정적인 러시아 풍경화가들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러나 초기부터 개성있는 자신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대표적인 무드 풍경화 (Mood Landscape)로 그의 그림이 불리면서 러시아 지식인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으며 그는 그림뿐 아니라 시와 음악에도 무한한 열정을 갖고 있었다.

 

안톤 체홉(Anton Chekhov, 1860~1904)과도 친구였던 이삭 레비탄은 
삶에 대한 철학적인 고뇌를 거듭하며 뛰어난 예술가로 성장했다. 
1884년부터는 이동파(移動派) 운동에 가담하기도 했으며 리얼리즘 회화 발전에 주력하고, 
1898년 이후는 모교에서 후진들의 지도에 힘쓰는 한편 볼가를 비롯하여 
핀란드 · 독일 · 프랑스 · 스위스 · 이탈리아 등지를 돌아다니면서 독특한 풍경화를 그렸다.

 

1897년 그는 심한 심장병을 앓게 되고 죽음과의 싸움 속에서도 열정과 뛰어난 테크닉, 
특별한 영감은 그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새로운 스타일의 작업을 시도하게 했다. 
1900년 마흔 살에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많은 전시회를 열고 
그 시대의 많은 예술가들과 깊은 우정을 나누며 당대를 대표하는 화가로 인정을 받았다.

 

 “자연의 장엄한 아름다움 속에서 신비를 느끼면서도 그 웅대한 느낌을 
표현해 낼 수 없는 내 자신의 무능력함을 깨닫는 것보다 더 비극적인 일이 또 있으랴!" 
- Isaak Levitan

 

이삭 레비탄은 20세기가 시작되기 전 러시아에서 가장 사랑 받는 풍경화가였다. 
그의 작품에는 서정과 철학 그리고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고뇌가 들어 있다고 평론가들은 말한다.

 

그는 특히 조국 러시아의 대자연을 사랑하여 이를 소재로 서정적인 풍경화를 많이 그렸다. 
대표작으로 《블라디미르에의 길》《가을날》《못가》등이 있으며, 이들 작품은 그의 다른 작품과 함께 
모스크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Tretyakov Gallery, Moscow)에 소장되어 있다.  

 

러시아 최고의 풍경화가 이삭 레비탄 (Isaak Ilyich Levitan 1860-1900) 작품 전시실 

 

The Vladimir's Road. 블라디미르 가는 길. 1892. by Isaac Levitan.
oil on canvas. 79  X 103 cm. Tretyakov Gallery Room 37

끝이 어디에 닿을 지도 모를 듯 길게 난 길. 
이 길은 누군가에게 시작 될 수도 있고 도착이 될 수도 있다. 
수 많은 사람들의 발자취를 품고 있는 저 길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실 그림 속 길은 시베리아 유형지로 연결되는 길이란다. 
수 백년의 역사 속에 수많은 눈물을 뿌렸을 저 길은 러시아인들의 존재이며 근원이라 할 수 있다.

길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통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헤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물리적인 공간과 시간을 장벽으로 만드는 것도 길이다. 
지평선 너머 사리지는 길의 끝은 동경의 대상이지만, 
그러나 이 길은 시베리아 유형지로 가는 길이다.  

블라디미르는 모스크바에서 동쪽의 <니쥐니 노보고로트>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으며, 
제정 러시아 당시 그 길은 시베리아로 접근하는 주요 통로 중의 하나였다. 
네를리 성당 인근의 보골류보보까지 가는 도중 깨끗하게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는, 
제정 러시아 당시에는 시대와의 불화를 겪었던 젊은 유형수들이 
시베리아의 유형지를 향해 떠나며 걸었던 길이었다. 
어쩌면 살아서는 돌아오지 못할 그 길을 가며 피눈물을 뿌렸던 바로 그 길이었다.

그리고 어느 여름날의 러시아의 풍광을 배경으로 잘 만들어진 영화필름과 같은 기억 속의 
블라디미르카 가도를 레비탄의 그림을 통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시 만난다.
하지만, 흙먼지 날리는 모습의 <블라지미르카 가도>, 그 길은 <수용소군도>,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의 저자 솔제니친이 기나긴 소비에트에 대한 정치적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러시아에 돌아와서 맨 처음 했던, 광활한 러시아 영토에 대한 
순례를 위해 여든의 노구를 이끌고 떠난 길이기도 했다.

1958년 작가 보리스 빠스쩨르나끄는 스웨덴 한림원으로부터 
<의사 지바고>에 대한 노벨문학상 지명을 통보받는다. 
소비에트 혁명에 소극적이고, 어쩌면 비판적이기까지 했기에 조국 러시아에서 출간되지 못하고 
이탈리아에서 처음 출간되었던 <의사 지바고>에 주어지는 상을 수상하면, 
혁명으로 세워진 당시의 조국인 소비에트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부정으로 간주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가 수상을 위해 출국한다면 소비에트로의 귀국을 허가받지 못할 것이라는 당국의 통고가 있고 나서 
"고국을 떠난 작가는 토양을 떠난 화초와 같다"라는 말을 남기면서 수상을 거부한다.

도무지 사랑하기는 어려웠던 소비에트라는 정치체제와는 별개로, 
그에게 있어 러시아는 떨어져서는 살 수 없는 살가운 애정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 후, 소비에트 작가동맹에서 축출되고, 마치 지바고가 평생의 연인 라라의 뒷모습을 보며 
거리에서 심장마비로 죽어갔듯이 빠르쩨르나끄는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쓸쓸하게 사망하면서도 러시아 대지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았다.

빠스쩨르나끄가 잃어버리길 두려워했던, 솔제니친이 여든의 노구를 이끌고 순례한 
바로 그 러시아의 대지와 그 길을 걸어갔던 사람들의 숨결이 <블라디미르카 가도> 속에 표현되어 있고, 
비록 손바닥만한 도판이지만 그 조그만 그림에서 이러한 것들을 읽어낼 수 있다.

한여름 뙤약볕에 몸을 내어말리던 금잔화가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채로 피어있던 그 길을, 
그리고 몇 년 만에 친정을 다니러 왔다가 헤어짐의 눈물을 훔치며 집을 나서는 
고된 시집살이에 시달린 이웃집 누나와 늙으신 그녀 어머니의 주름진 눈매 틈으로 번져가던 
마른 눈물 사이에 고통스럽게 놓여있던 황토길을 다시 보게 된다.

어쩔 수 없이 걸어가야 했던, 아직도 기나긴 과거로부터 흙먼지 속으로 사라지는 미래를 향해 놓여 있어, 
현재의 우리 삶을 가능케 할 뿐만 아니라 처절한 확증성을 더해주던, 
애증의 대상일 수 밖에 없는 삶과 역사의 그 길을 레비탄의 그림 속에서 볼 수 있다.

분명히, 레비탄의 그 그림에 시선을 붙들어 둔 것은, 
광활한 서시베리아 순상지 평원에 뚫린 단순하면서도 지리적인 개념의 도로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잊혀진 삶의 기억의 어느 부분을 현재와의 소통이 가능하도록 
정신적 제단에 올려놓게 만드는 힘이며 그 통로일 것이다.
또한, 그 힘은 보이지 않는 미래의 시간이 우리 얼굴에 빚어놓을 그 무엇을 기대하게 하며, 
불확실함을 기대와 환호와 좌절로 변태시키면서 현실에 한발 앞서 나의 삶을 이끄는, 
돌연한 향기와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대한 끈적한 집착의 다른 이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제 누가 감히 눈에 보이는 풍경만을 그렸던 풍경화가라는 단순한 수식어를 그에게 선사할 수 있을까?
비록 컴퓨터 화면으로나마 그의 그림을 접할수록, 그가 자연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숙주로 해서, 
자연 위에 흘렀던 바람의 흔적을, 광활한 초원과 수풀을 휘감으며 어루만지면서 
들꽃과 같은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왔던 러시아 민초들의 이마와 가슴에 속삭였던 
그런 바람을 번식시켰다는 심증을 갖게 된다. 

이렇듯 레비탄의 천재성은 경계선상의 자연과, 이 안에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숨결과, 
역사를 한꺼번에 화폭에 씨줄과 날줄로 엮어 화폭 속에 통합시켜 놓았다.
그는 영속적인 자연의 미와 적막한 빛의 환희 속에서 바람을 그린 화가였다.

 

Deep Waters, 1892. by Isaac Levitan. 
oil on canvas. 150 X 209 cm. Tretyakov Gallery Room 37

강을 가로질러 건너 숲 속으로 뻗어 있는 길을 다리가 연결하고 있다. 
가난한 시절 돈이 없어 학비가 면제되는 것을 부끄러워 했던 레비탄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역으로 달려가 승객들을 태운 기차가 출발하기 전 기차를 스케치하고는 했다. 

대낮의 태양을 품고 있는 러시아 여름 저녁의 고즈넉함과 
외롭게 서 있는 통마무 다리가 한 편의 시 같은 느낌을 준다. 
이 그림은 실제로 보면 좋은데 다리의 방향이 내 시선을 따라 움직인다. 

 

Above the Eternal  tranquility. 영원한 평화 그 너머. 1894. by Isaac Levitan.  
oil on canvas. 95 X 127 cm. Tretyakov Gallery Room 37

'영원한 평화 그 너머'에는 소나기가 지나간 후의 고즈넉한 여름 풍경을 그대로 품고 있다. 
그림 속 자연은 장엄하고 거룩한 느낌이다. 
작가는 언덕 위에 있는 교회 옆에 자신을 세워 놓고 광활한 자연을 둘러 보라고 말한다. 
세상 안에서 우리 인간은 아름다운 다툼을 하지만 대단한 자연 앞에 서면 누구나 자신을 돌아보며 겸허해진다. 
레비탄은 이런 풍경을 보여주며 삶을 돌이켜보라 일깨워 주는 것이다.

 

Fresh Wind. Volga. 볼가강의  시원한 바람. 1895. by Isaac Levitan. 
oil on canvas. 72 X 123 cm. Tretyakov Gallery Room 37

볼가 강의 여름 강물과 파란 하늘이 하나되어 온 세상을 푸르게 물들인 듯한 그림이다. 
잔잔한 물결의 움직임과 하늘의 구름을 보며 
볼가 강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이 현실에서 그대로 느껴지는 듯 상쾌하다.

 

Vesper Chimes. 저녁 종. 1892. by Isaac Levitan.
oil on canvas. 67 X 108 cm. Tretyakov Gallery Room 37

 

Evening in the Field. 1883. by Isaac Levitan. oil on canvas. Tretyakov Gallery Room 37

 

Village Savvinskaya Sloboda near Zvenigorod. 1884. by Isaac Levitan.
oil on canvas. 44 X 67 cm. Tretyakov Gallery Room 37

 

Golden Autumn. 1895. by Isaac Levitan. oil on canvas. 
126 X 82 cm. Tretyakov Gallery Room 37

 

Spring Flood. 1897. by Isaac Levitan. oil on canvas. Tretyakov Gallery Room 37

 

The Lake. Study. 1898-1899. by Isaac Levitan. oil on canvas. Tretyakov Gallery Room 37

 

March, 1895. by Isaac Levitan. oil on canvas. Tretyakov Gallery Room 37

 

Autumn day Sokolniki. 1879. by Isaac Levitan. oil on canvas. Tretyakov Gallery Room 37

 

[영상] Tretyakov Gallery Room 37. 이삭 레비탄 (Isaak Ilyich Levitan) 작품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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