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f Portrait. 자화상. Date unknown. oil on canvas. ​
Poltava Regional Art Museum (Ukraine- Poltava)

야로센코 (Nikolai Alexandrovich Yaroshenko 1846~1898)는 폴타바에서 태어났는데, 
당시는 러시아였지만 폴타바는 오늘날 우크라이나 지역이다. 
이런 경우 야로센코는 러시아 화가인가, 아니면 우크라이나 출신 화가인가? 
미술사에서는 러시아 화가로 분류하고 있다. 
야로센코의 아버지는 군대의 장교였는데 그도 아버지의 길을 따르게 된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들들이 아버지의 길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어려서부터 보고 듣는 것이 친숙하기 때문이겠지만 하늘이 내려준 재주는 감출 수가 없다. 
야로센코도 아버지의 길을 따라 군인이 되지만 군복무를 하면서도 
열 여덟이 되던 해부터는 야간에 크람스코이의 드로잉학교를 다닌다. 
크람스코이는 이동파 (방랑파라고도 한다)를 창립해 러시아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화가였다. ​

3년간 크람스코이 학교에서 공부를 끝낸 야로센코는 
곧 상트 페테스부르그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한다. 
아마 정규학생은 아니었고 청강생이나 시간이 허락되는 때만 수업을 듣는 학생의 위치였던 것 같다. 
그가 아카데미에 적을 둔 시간은 7년이었다. 
1875년, 스물 아홉의 야로센코는 이동파의 전시회에 참가한다.  

Self Portrait. 1895. oil on canvas.
The State Russian Museum - Saint Petersburg (Russian Federation - St Petersburg)

 

이동파는 젊은 화가들 14명이 모여 만든 단체였다.  
이제까지 귀족 중심의 그림 감상을 민중도 참여하게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러시아 전역을 돌며 그림 전시회를 개최하였다.  
1876년 야로센코는 이동파의 정식 멤버가 된다.  
그리고 1880년대 초 크람스코이가 이동파를 떠나자 실질적인 이동파의 리더로 자리를 잡았다.  

같은 이동파 멤버였던 레핀이 야로센코에게 붙여준 별명은 ‘이동파의 양심’이었다.  
원칙에 충실하고 성실한 그의 자세를 표현한 별명이었다.  
야로센코 작품의 기본 주제는 러시아의 인텔리겐차들과

혁명애 우호적인 학생들의 적극적인 삶과 모습이었다,   

풍속화 뿐만 아니라 많은 수의 초상화도 남겼는데 그래도 야로센코의 주요 작품은 풍속화이다.  
야로센코는 ‘이동파의 양심’답게 비인간적인 조건 때문에 파괴된 근로자들의 삶을 그림에 담기도 했는데,  
러시아와 러시아 국민들이 마주친 운명에 대해 배운 사람으로서 

사회적인 책임과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니콜라이 알렉산드로비치 야로센코 (Nikolai Aleksandrovich Yaroshenko) 

​상트 페테스부르그에 주로 거주했던 야로센코이지만 서부 유럽을 폭넓게 여행했다.  
원동과 근동 아시아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우랄지역과 볼가강 유역, 
크리미아 반도와 코카서스 등 그의 발길은 사방으로 이어졌고 
그는 자연에 대한 공부와 함께 수 많은 풍경화를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1882년부터는 남부 코카서스 지역의 키슬로보드스크에 별장을 짓고 시간이 나면 이 곳을 찾았다.  
그림을 보다가 잠시 잊을 수 도 있겠지만 야로센코의 원 직업은 군인이다.  
1892년, 마흔 여섯의 야로센코는 소장의 계급장을 달고 군대를 제대한다. 장군이 된 것이다.  
그리고 6년 뒤 20세기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러시아 화가 중  
가장 사실주의적인 작품을 제작했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쉰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떠나고 20년 뒤 키슬로보드스크에 훗날 세계적인 소설가 태어난다. 
바로 알렉산더 솔제니친이었다.  

 

Life Is Everywhere. 삶은 어디에나. 1888. Oil on canvas. 212cm x 106cm. 
Tretyakov Gallery - Moscow (Russian Federation - Moscow) 24번 방

시베리아행 열차가 간이역에 잠깐 멈춘 사이, 유형 떠나는 혁명가들이 기차 창틀사이로 햇빛을 즐기며, 
먹기에는 부족한 빵조각을 비둘기에 나눠주며 느끼는 사랑을 아이에게 가르치고, 
극한 상황에도 사랑을 실천하며 행복을 느끼는 삶이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그림이다.

야로센코의 그림 '삶은 어디에나 (Life is everywhere)'는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죄수 호송 열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쇠창살이 달린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 열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 대다수는 차르에 반대하고 개혁을 주장하던 정치범이다.
창가 바로 옆의 젊은 여인과 아기 그리고 머리를 깎은 남자가 한 가족이다. 
아기와 젊은 엄마는 호송 중인 아버지를 따라서 유형 길에 나섰다.

1825년 데카브리스트의 반란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유형 길에 오를 때 고난의 길에 동행했던 
아름다운 여인들에 대한 숭고한 이야기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었다. 
이 여인도 사랑의 이름으로 쉽지 않은 삶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동료 죄수들과 함께 아기가 비둘기에게 먹이 주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사람들이 먹을 빵도 넉넉치 않을 형편에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일은 
사치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거친 삶을 위로하는 행위이다.

가난할 수록 나누고 척박할수록 풍요로운 영혼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의 기원이다. 
두건을 쓴 창백한 젊은 여인과 금발 머리 아기의 모습은 오랫동안 잊혀졌던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그린 옛 그림을 연상시킨다. 
비둘기들이 모이를 다 먹기도 전에 기차는 유형지를 향해서 덜컹거리며 떠날 것이다. 
죄수를 싣고 떠난 기차는 더욱 단련된 혁명 전사를 싣고 올 것이다.

​톨스토이는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최고의 감정인 사랑.  
그것의 실천만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궁극적 힘이라 말한다. 
그는 자문자답을 한다. 첫 번째 질문은 '인간 내면에는 무엇이 있는가'이다. 
주인공 미하일은 자신을 돌봐준 구둣방 주인 부부에게서 그 답을 찾는다. 바로 '사랑'이다.

두 번째 질문은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이다. 
답은 자신의 죽음에 대한 예견'이다. 
죽음은 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죽음도 삶도 주어진 것일 뿐이다.

세 번째 질문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다. 
우리는 바로 주위 '사람들의 사랑'으로 산다.  
이 소설에 깊은 감동을 받은 야로센코는 바로 이 질문과 답을 시대적 사건을 매개로 형상화했다.

'삶은 어디에나'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정의를 화폭에 담는다. 
차르에 반대해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나는 정치범들의 열차 안에도 삶이 생명이 있음을...  
형극의 수형길 앞에서도 잠깐의 햇볕을 즐기며 새들에게 자신의 생명을 나눠줄 수 있는 여유가 있음을...
많음에서 비롯되는 것이 사랑의 실천이 아님을,  빵조각을 나눠주는 고사리 손을 통해 일깨워준다

화려하지 않아도 빛날 수 있고 가난할지라도 풍요로운 영혼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엄마의 품에 안겨 미소짓는 아기의 천진한 얼굴에서 우리는 순수의 절대 정의를 읽을 수 있으며,  
혹한의 미래 앞에 굴하지 않고 찰나의 여유를 즐길 줄 아는 혁명가들의 풍요로운 영혼을 통해서  
러시아의 희망찬 역사를 점칠수 있다는 거다. 
현실의 팍팍함에 투덜대는 내게 일침을 가하는 그런 그림이다.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에 이런 구절이 있다. 
"감동이 발작처럼 갑자기 그에게 복받쳐 올랐던 것이다.  
한꺼번에 그의 마음은 녹아내렸고 눈물이 쏟아졌다.  
그는 서 있던 모습 그대로 땅에 엎드렸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센나야 광장 한 가운데에 무릎을 꿇고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고는 
달콤한 쾌감과 행복감을 느끼면서 더러운 땅에 입을 맞추었다."

그림은 창살 안의 인물들과 아이가 던져주는 빵 부스러기를 먹기 위해 날아든 새들로 구성된다. 
새들은 그림 하반부의 정면을 차지하고 있고 
인물들은 정면이 아닌 약간 옆으로 치우친 상반부에 묘사되어 있다. 
죄수 차량 안에 있는 인물들의 시선은 모두 창 밖의 새들에 집중되어 있다. 
정지된 듯한 인물들의 모습은 날개 짓으로 나타난 새들의 동적인 자유로움과 대조를 이룬다. 

그런데 왜 새들은 정면에 묘사했으면서 창살 안의 사람들은 측면에 그려놓은 것일까? 
창살 너머로 내민 아이의 손 아래에서 떨어졌을 빵 부스러기를 쪼는 새들이 
정면에 자리하고 있다면 그 위의 사람들도 정면에 위치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기차가 자유로운 세상을 뒤로하고 구속의 땅을 향해 
막 출발하기 시작한 순간을 나타내기 위한 것은 아닐까?

뒤로 가지 않는 한 기차가 떠나는 방향인 오른쪽으로 치우친 것을 보면 
그런 추측을 더욱 신빙성 있게 만든다. 
이제 막 덜커덩하고 기차가 한 번 움직인 거리인 듯 우리의 시선에서 약간 비껴나간 풍경이다. 
기차는 이미 목적지를 향한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 기차 안에서 이들이 보고 있는 바깥 세상의 새들은 어떤 모습인가? 

플랫폼을 차지한 새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아이가 던져주는 빵 부스러기를 먹으러 날아들어 먹이를 쪼고 있는 새, 
막 내려 앉으려고 자리를 물색하고 있는 새, 
내려앉아 먹을 기회를 엿보며 목을 빳빳이 긴장한 검은 새, 
그리고 그 옆에서 움츠리고 앉아 또한 기회를 엿보고 있는 참새 같이 작은 새. 
모두 두 마리씩 짝을 이루고 있는데 이 작은 놈만 짝이 없다.

그래서 자세히 보니 열차 지붕 위에서 꽁무니를 치켜들고 
긴장되게 아래 쪽을 향하고 있는 또 한 마리의 새가 있다. 
새에게 먹이를 주다 보면 옆에서 새들 무리에 끼어들지 못해 
주는 모이도 못 얻어 먹어 마음 짠하게 하는 놈들이 있게 마련이다.

바닥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작은 새가 신호라도 하면 당장 내려갈 양으로 
준비 태세를 갖춘 듯이 모이 쪽이 아닌 작은 새를 향하고 있다. 
힘 센 놈들이 먼저 먹기 마련이다. 
그래도 새들은 창살 안쪽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는 바깥 세상에 있다. 

빛 바랜 초록색과 황토색이 섞인 낡은 열차 죄수 칸 안에 좌석도 없이 빼곡히 바닥에 
앉아 있을 죄수들 틈에서 창살 너머의 새들에 마음을 빼앗긴 인물들의 표정은 어떤가. 

깡마른 아이 엄마는 한 두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에게 
자신의 마지막 영양분까지도 젖으로 빼앗긴 듯 지친 얼굴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머리에 쓴 검은 스카프는 
러시아에서 상복으로 쓰이기 때문에 그녀가 상중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남편이라도 죽은 것일까? 
상도 끝나지 않은 그녀는 아이까지 데리고 대체 어디로 끌려가는 것일까? 

약간 옆으로 기울인 얼굴의 각도, 지적이면서도 상념에 잠긴 듯한 슬픈 표정 등은 
어딘지 성모 마리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예수의 고난을 예견하고 걱정하는 마리아처럼 
앞으로 닥칠 아이의 운명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근심이 드러난 표정이다.

일반적으로 ‘성모와 아기 예수’를 그린 성상화에서 성모 마리아가 항상 예수 쪽으로 머리를 
기울이는 반면, 여기서 그녀는 아이의 반대쪽으로 머리를 기울이며 상념에 잠긴 표정이다. 
그래서인지 성모와는 다른 인간적 고뇌가 느껴진다. 

아이 옆의 사내가 쥐고 있는 빵 조각은 그녀가 
아이를 위해 자신의 배를 주리며 남겨놓은 아침이었을 지도 모른다. 
아이를 안아 올린 손이 창백한 얼굴과 대조되게 붉은 빛을 띤 것을 보면 
아이의 무게마저도 이젠 힘겨운 것 같다. 
그녀의 체념한 듯 부러운 듯 새들을 향한 시선에서 앞날에 대한 걱정이 드리워져 있다. 

침울한 여인의 표정과 대조를 이루는 흐릿하지만 흐뭇한 웃음을 띤 사내는 
귀중한 흑빵을 창 밖의 새들에게 던져주고자 하는 철없는 아이의 응석을 받아주며 
빵까지 잘게 부숴주는 인정 많은 순박한 촌부의 모습 그대로다.

조금 남은 빵 조각을 쥐고 있는 투박한 손은 그가 살아 온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짧게 깎인 검은 손톱, 굵은 손마디, 꺼칠꺼칠한 피부, 커다란 손바닥과 
짧은 손가락은 평생을 노동으로 일관한 일꾼의 손이다. 
가족을 위해, 그들을 하루 세끼 먹이기 위해 자기 몸뚱이 하나는 
기꺼이 아끼지 않은 순박한 손이다. 
선한 웃음을 띤 그의 표정에서 무엇이든 할 것 같은 우직함과 삶에 대한 긍정이 나타난다. 

메마른 여인과 광대뼈가 드러난 사내의 얼굴과는 대조되는 아이의 둥그스름한 완전함은 
힘겨웠을 고난의 삶을 이겨내며 여인이 지켜낸 아이의 해맑은 표정, 
젖 살 오른 포동포동한 볼, 생기 있는 입술, 통통한 손을 통해 잘 드러난다. 
아이의 하얀 옷과 흰 얼굴이 그들의 순수함과 결백성을 대신해서 드러내는 것 같다. 
창살 아래 가만히 내민 아이의 손은 보는 이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무슨 죄가 있다고… 

그들의 뒤에 있는 텁수룩한 수염의 노인은 마치 노년의 톨스토이 같다. 
마을 촌장 같은 이미지의 듬직하고 풍채 좋은 덩치, 강직한 콧대, 넓은 이마를 가진 그는, 
깊이 패인 눈으로 새들을 보는 것인지 아이를 보는 것인지, 
아님 그 둘 다를 보면서 자기 상념에 빠진 것인지 알 수가 없지만 
아이가 펼치는 작은 퍼포먼스로부터 역시 눈을 떼지 못하는 것 같다.

고향에 두고 온, 이제 막 재롱을 피기 시작한 손자 생각이라도 난 것일까? 
얼마나 더 살지 모르는 여생을 보내기 위해 떠나는 유형길이 그에겐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그 옆에서 힐끗 곁눈질로 관심을 보이는 옆집 아저씨 같이 생긴 친근한 외모에, 
일용직 노동자 같은 모자를 쓴 사내도 인상적이다. 
풍채 좋은 할아버지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창 밖을 보려고 
아마 까치발이라도 선 듯 약간 기우뚱하고 불안한 자세다.

할아버지의 어깨에 얼굴이 반쯤 가려진 그는 입 꼬리가 약간 올라간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띠고 눈을 아래로 향한 채 바닥의 새들을 주시하고 있다. 
새들을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아마 이 사내인 것 같다. 
그가 부러운 것은 새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가 아닌 지도 모르겠다. 
부족한 영양 상태를 드러내듯 검게 보이는 마른 얼굴의 그가 부러운 것은 
빵 부스러기로 배를 채우고 있는 상황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이 그림에서 마음 한 구석을 답답하게 하는 아픈 부분은 
다른 쪽 창 앞에서 밖을 주시하고 있는 등 돌린 사내의 모습이다. 
그 사내가 없었다면 이 그림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아랑곳 하지 않고 등을 돌린 채 서 있는 사내. 
언뜻 수염도 보이는 듯하고 구리 빛의 얼굴색에 완고해 보이는 얼굴선이 젊지 않은 그의 나이를 드러내 준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유형지로 출발하기도 전에 이미 창살 안에 갇혀 버린 듯하다.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주위 사람들에 대한 관심의 문을 닫아 버린 것 같이 무심히 서있다. 

순진무구한 아이의 얼굴도 수 십 년의 유형 생활을 거치고 아무도 기다리고 있지 않을 
고향으로 돌아갈 때 쯤이면 그 무엇에도 관심 없고 자신에 대한 자존감마저 
잃어버리게 되는 그런 사람으로 변해버릴 것은 아닐지... 
그런 그의 뒷모습이 마치 앞 사람들의 미래의 모습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사내의 뒷모습이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니콜라이 야로센코가 이 그림을 발표한 것은 1888년 제18회 ‘이동 전람파’ 전시회에서였다. 
‘이 사람들은 누구인가?’ ‘이 여인은 무슨 일을 겪은 것일까?’, ‘톨스토이 풍이 느껴진다’ 
등의 질문들은 무성했지만 이 그림에 대한 해설은 별로 없다. 
​‘페레드비쥐니키(이동하는 자들)’로 불리던 러시아의 ‘이동 전람파’는 
슬라브주의적 경향의 그림들을 선보였던 ‘아브람체보파’와 함께 러시아 회화사에서 양대 산맥을 이룬다. 

이동 전람파 화가 그룹은 1870년대부터 1923년까지 약 48회에 걸쳐 상트 페테르부르그, 모스크바, 
키예프, 하리코프, 카잔, 오데사 등 여러 도시를 순회하며 자신들의 그림을 전시하였다. 
이 그룹에는 이반 크람스코이(1837-1887), 니콜라이 게(1831-1894), 일리야 레핀(1844-1900), 
바실리 수리코프(1848-1916), 이사악 레비탄(1860-1900) 등이 참여하였다.

이들은 이상주의적인 미학과 전통적인 회화 규범을 거부하고, 
일반 민중들의 삶 속에 드러난 ‘민중적 요소들’을 화폭에 옮기려고 하였다. 
이동 전람파 화가들은 그 당시 러시아의 잡계급 인텔리겐치야들, 우스펜스키, 도스토예프스키, 
가르신, 오스트로프스키, 체홉 등등과 교류하면서 비판적 사실주의의 영향도 받게 된다. 
러시아 자연의 아름다움과 민중의 생명력에 새롭게 눈뜨면서, 
그것을 화폭에 옮겨 러시아 민중들에게 보여주려고 하였다. 

1861년 농노제 폐지를 단행하여 ‘차르-해방자’로 불렸지만 1881년 ‘인민의 의지’ 당 요원들에 의해 
피살된 알렉산드르 2세 이후 이어진 1880년대 후반의 러시아가 ‘반개혁’의 시기였던 점을 고려하면, 
민중의 삶을 그대로 그린 사실주의적 경향의 그림들이 러시아 곳곳에서 전시된다는 것 자체가 
귀족 사회와 전제 군주에 대한 강력한 저항이었고 민중들에겐 
자신들의 처지를 다시금 각성하게 되는 계기였을 것이다. 

이 그림의 제목 중에서 러시아어 ‘vsudu’는 원래 장소를 나타내는 ‘어디나’ 라는 뜻보다는 
방향을 나타내는 ‘어디로 가나’에 더 가깝다. 
창살 안에 갇힌 그들의 삶은 또 어디로 이어지는 것일까? 
유형지에선 과연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니콜라이 야로센코는 답하고 있다. 
‘어디로 가나 삶’이라고, 러시아 속담처럼 ‘삶은 계속 된다’고…

19세기 러시아 미술은 ‘문학이 모델’​이었다.
“19세기 러시아 미술가들은 세계 최고의 이야기꾼들이다. 
러시아 화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당대 러시아의 삶 자체였다.” 
러시아 미술의 이런 특성은 문학에 빚진 바 컸다. 


“푸시킨 · 고골 · 도스토옙스키 · 톨스토이 · 투르게네프 · 오스트롭스키 등 
위대한 작가들이 러시아 지성계를 주도하고 있었다. 
엄격한 검열이 이루어지던 이 시기에 사회에 대한 진지하고도 

급진적인 논의들이 문학비평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러시아 미술은 문학으로부터 ‘이야기 특성’만 빌려온 것이 아니었다. 
미술은 문학과 내적인 관련을 맺고 있었고, 작가와 작품의 영향을 짙게 받았다. 
그런 영향이 처음으로 나타난 그림이 알렉산드르 이바노프의 〈민중 앞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다. 
20년 세월을 바쳐 1858년에 완성한 이 대작에 이바노프는 작가 고골의 얼굴을 새겼다.

희곡 〈검찰관〉(1836)에서 러시아의 암담한 현실을 예리하게 풍자했던 고골은 
이후 점차 종교적 신비주의에 빠졌다. 
현실에서도 예술 속에서도 해답을 찾지 못한 고골리는 정신 착란 상태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았는데, 
이바노프는 자신의 그림에서 고골리의 그런 마음 상태를 표현했다.

1963년 상트페테르부르크 미술 아카데미에 반기를 들고 뛰쳐나온 크람스코이는 
이 반란에 가담한 13명과 함께 〈무엇을 할 것인가〉에 묘사된 혁명가들의 
이상적 공동체를 본보기로 삼아 작업실과 주거지를 공유하는 생활공동체를 만들었다.
이 공동체가 이동파의 모태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크람스코이는 레프 톨스토이와도 각별한 인연을 맺어 그의 초상화를 그렸으며, 
〈안나 카레니나〉에 감명받아 이 소설의 주인공 안나 카레니나를 닮은 〈미지의 여인〉을 그렸다.

이동파의 대미를 장식하는 니콜라이 야로센코는 톨스토이의 소설 주제를 그림으로 옮겼다. 
그의 대표작 〈삶은 어디에나〉(1888)는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직접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톨스토이는 이 작품에서 사람은 결국 ‘사랑’으로 산다고 말한다.

야로센코의 〈삶은 어디에나〉는 죄수 호송열차에 탄 정치범과 그 고난의 길에 동행한 가족을 보여준다. 
시베리아 유형지로 가는 열차가 잠시 멈추어 서 있다. 
젊은 죄수의 아기가 호송열차의 창살 밖으로 비둘기들에게 모이를 준다. 
모이를 먹는 비둘기를 보여 잠시 기쁨의 미소를 짓는 죄수와 아내와 아이는 성가족을 연상시킨다. 


“예수가 고난 속에서 사랑의 승리를 성취했듯 그들은 어디에서나 삶을, 생명을 발견할 것이다. 
비둘기들이 모이를 다 먹기도 전에 기차는 유형지를 향해 덜컹거리며 떠날 것이다. 
죄수를 싣고 떠난 기차는 더욱 단련된 혁명 전사를 싣고 올 것이다.”

 

Prisoner. 죄수. 1878. Oil on canvas. 143.1 x 107.6cm. Tretyakov Gallery - Moscow, Russia

밖을 내다 볼 수 있는 작은 창에 사내가 매달려있다시피 서 있다.
지금 사내는 빛이 들어 오는 곳을 향해 그리운 사람들을 향해 끝없이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 있는가 보다. 
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창은 그러나 사내의 등 뒤에 자리를 잡고 있는 두꺼운 어둠에 비해 너무 작다. 
감옥이 힘든 이유는 어둠이 깊기 때문이다.

어둠은 빛의 차단에서가 아니라 의사 소통이 막히면서 시작된다. 
낯선 곳이 처음에 어렵게 다가 오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차차 그림 속 어둠에 눈이 익자 죄수의 등에서 간절함과 체념 그리고 막막함이 보인다.
뭔가 잘못되어 감옥에 갇힌 느낌이 든다. 
지금 어딘 가에도 저렇게 창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께다.
그리고 우리들 중에도 등 뒤에 긴 어둠을 달고 있는 사람들이 있겠지. 
어둠이 엷어지는 세상, 모두가 꿈을 꿀만한 세상 아닐까?

The Fireman. 화부 (火夫). 1878. Oil on canvas. 124cm x 89cm. 

Tretyakov Gallery - Moscow, Russia

화로에 불을 때고 있다가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기차는 아니고 혹시 선박의 기관실이 아닐까 싶다.
석탄 가루가 묻은 손과 불을 다루기 위해 봉을 들고 있는 손의 팔뚝에는 
간단치 않았던 그동안의 노동과 세월이 굵은 핏줄로 남아 머리를 향해 달음질 치고 있다. 
그 핏줄은 가슴을 거쳐 등으로 그리고 허벅지와 종아리를 거쳐 발에 이를 것이다.

온 몸을 써야 하는 노동은 그래서 내 몸의 핏줄을 움직이는 일이다. 
그렇게 때문에 당당하지만 한편으로 고단함으로 남는다.
붉게 물든 얼굴, 이마에 자리를 잡은 주름살과 형형한 눈빛은 
그래도 정직하게 온 몸으로 한 세상 살아왔다고 말하는 것 같다.

 

In Warmer Lands. 따뜻한 곳에서. 1880. oil on canvas. 107 x 81cm. 
The State Russian Museum - Saint Petersburg, Russia

나무에도 풀밭에도 꽃이 달렸고 피었다. 
계절은 아직 생명력이 가득한 시기인데 그림 속 여인은 두꺼운 옷에 머플러까지 둘렀다.
여인의 얼굴을 보니 창백하다. 혹시 몸이 안 좋아서 이 곳으로 요양을 온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여인의 눈빛에 담긴 간절함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몸이 아픈 만큼 기다림과 그리움이 커지고 그것은 다시 마음이 아픈 것으로 이어진다. 
여인이 바라보고 있는 곳, 그 어디쯤에 여인이 기다리는 사람이 오고 있겠지... 아니, 와야 할 것 같다.  

 

A Student. 학생. 1881. Oil on canvas. 87cm x 60cm. Tretyakov Gallery - Moscow, Russia

간혹 이와 같은 눈빛을 그림에서, 주변에서 만나게 된다.
비어 있는 듯하지만 세상을 변혁시키고 싶은 꿈이 
눈동자 깊은 곳에서 이글거리고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눈빛이다.
가슴에 들어 가 있는 손은 어쩌면 사정없이 뛰고 있는 심장을 지긋이 누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만으로도 구별되는 것이 젊음이다. 하여 속 마음을 쉽게 감출 수가 없다.

돌아보면 세월에 실려 가는 동안 심장은 느려지기 시작했고 눈빛은 조금씩 세월 속에 녹아 들어갔던 것 같다.
그림 속 학생을 보다가 언제쯤 저런 눈빛을 가졌을까... 그 때가 그리워진다.

Student Girl. 청강생. 1883 . oil on canvas. 131 x 81cm. 
Kiev National Museum of Russian Art (Ukraine - Kiev)

옆구리에 책을 끼고 남은 손으로는 푸른색 가디건을 꼭 잡았다. 
입술은 야무지게 닫혀 있고 눈은 커질 대로 커졌다.
걸어 나오는 복도 뒤편이 희미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마치 안개 속을 헤치고 나오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 모습은 너무 또렷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모습도 당당하다. 
어쩌면 야로센코가 당대의 젊은이들에게 바라는 모습이자 헌사가 아닐까 싶다.

 

Student Girl. 1883. oil on canvas.
Kaluga Regional Art Museum (Russian Federation - Kaluga) 

 

The Swing. 그네 위에서. 1888. oil on canvas.
The State Russian Museum - Saint Petersburg, Russia

아주 특이한 모습의 그네다. 
요즘 놀이 동산에 갔다 놓아도 꽤 인기가 있을 것 같다. 
두 연인은 요즘의 연인들만큼 낭만적이다.

아마 그네에 오르기 전, 팝콘을 사듯 먹을 것을 샀나보다. 
그네가 흔들리자 먹을 것을 입에 가져 가는 여인을 보고는 남자가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몸을 살짝 돌리고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코가 너무 빨갛다. 좀 적당히 마셔야 될 것 같다.
뒤 배경으로 떠 있는 뭉게구름 때문에 두 사람은 한없이 가벼워 보인다.
할 수 있다면 두 사람을 하늘 끝까지 밀어 보고 싶다.

Funeral of the Firstborn. 첫 아이의 장례. 1893. oil on canvas. 
Kharkov Museum of Art (Ukraine - Kharkov)

온 세상이 눈으로 쌓인 추운 겨울 아침, 
첫 아이의 관을 안고 묘지로 향하는 부모는 혼이 반쯤 나간 모습이다.
특히 아기가 담긴 푸른 색 관을 안고 가는 엄마의 눈에는 
아이에 대한 슬픔과 안타까움 그리고 두려움이 함께 자리를 잡고 있다.

그 뒤를 따르는 아버지의 퀭한 눈도 마찬가지다. 
그 나마 다행인 것은 묘지 너머로 해가 떠 오른다는 점이다.
밤새 세상과 이별을 한 아이 그리고 아이와 이별을 한 부모에게 

아침은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슬픔도 극에 이르면 이렇게 푸른색으로 묘사될 수 있나보다. 

 

[영상] Tretyakov Gallery Room 24 

 

In the Boat. 1869. Poltava Regional Art Museum (Ukraine - Poltava)

 

Old Man with a Snuffbox. 1873.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Peasant. 1874. oil on canvas. Kharkov Museum of Art (Ukraine - Kharkov)

 

Portrait of Painter Ivan Kramskoi. 1874. watercolor. Tretyakov Gallery - Moscow, Russia

 

Portrait of a Man. 1875​. oil on canvas.
Altai State Fine Arts Museum (Russian Federation - Barnaul)

 

Portrait of Maria Yaroshenko, the Artist's Wife. 1875. oil on canvas.
Poltava Regional Art Museum (Ukraine - Poltava) 

 

Portrait of Painter Ivan Kramskoi. 1876. oil on canvas.
The State Russian Museum - Saint Petersburg (Russian Federation - St Petersburg)

 

Head of a Man. 1878. oil on canvas. Poltava Regional Art Museum (Ukraine - Poltava)

 

Portrait of Painter Vasily Maximov. 1878. Oil on canvas.
Tretyakov Gallery - Moscow (Russian Federation - Moscow)

 

Blind Pilgrims.1879. oil on canvas.
Samara Regional Art Museum (Russian Federation - Samara)

 

Peasant. 1879. oil on canvas.
The State Russian Museum - Saint Petersburg, Russia

 

Clouds in the Mountains. 1880. oil on canvas.
Poltava Regional Art Museum (Ukraine - Poltava) 

 

Portrait of a Woman. 1880. oil on canvas.
Tyumen Regional Fine Arts Museum (Russian Federation - Tyumen)

 

Portrait of a Woman. 1880.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Student Girl. 1880. oil on canvas.
The State Russian Museum - Saint Petersburg (Russian Federation - St Petersburg)

 

Old and Young. 1881. Oil on canvas.
Tretyakov Gallery - Moscow (Russian Federation - Moscow) 

 

Portrait of an Unknown Lady. 1881. Oil on canvas.
Tretyakov Gallery - Moscow (Russian Federation - Moscow)

 

Sleeping Girl. 1881. Oil on canvas.
Tretyakov Gallery - Moscow (Russian Federation - Moscow)

 

Soldier with a Gun. 1881. oil on canvas. Lviv National Art Gallery (Ukraine - Lviv)

 

Autumn Landscape. 1882.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Beshtau. 1882.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Forest Stream. 1882. oil on canvas. Poltava Regional Art Museum (Ukraine - Poltava)

 

Klukhorsky Passage. 1882. Oil on canvas.
Tretyakov Gallery - Moscow (Russian Federation - Moscow)

 

Klukhorsky Passage. 1882. Oil on canvas.
Tretyakov Gallery - Moscow (Russian Federation - Moscow)

 

Morning. 1882. Oil on canvas. Tretyakov Gallery - Moscow, Russia

 

Mount Sedlo in the Outskirts of Kislovodsk. 1882.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Mount Uzhba in Svanetia. 1882.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Ravine near Kislovodsk. 1882. Oil on canvas. Tretyakov Gallery - Moscow, Russia

 

Sudak Bay in Crimea. 1882. Oil on canvas.
Tretyakov Gallery - Moscow (Russian Federation - Moscow)

 

In the Park  (also known as Portrait of S.R. Levitskaya). 1883. oil on canvas.
The State Museum of Fine Arts of Tatarstan Republic (Russian Federation - Kazan)

 

Hut in the Mountains. 1884. oil on canvas. Privation. collection.

 

Mount Elbrus. 1884.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Night on the Kama River. 1884. Oil on canvas. Tretyakov Gallery - Moscow, Russia

 

Portrait of Actress Pelageya Strepetova. 1884. Oil on canvas.
Tretyakov Gallery - Moscow (Russian Federation - Moscow)

 

Portrait of G.I. Uspensky. 1884. oil on canvas.
Yekaterinburg Museum of Fine Arts (Russian Federation - Yekaterinburg)

 

Portrait of Dmitry Mendeleyev. 1885. Oil on canvas.
Tretyakov Gallery - Moscow (Russian Federation - Moscow)

 

Portrait of Poliksena Solovyova. 1885. oil on canvas.
Poltava Regional Art Museum (Ukraine - Poltava)

 

The Gypsy. 1886. oil on canvas.
Serpukhov Historical and Art Museum (Russian Federation - Serpukhov)

 

Man from Baku. 1886.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A Nurse. 1886. oil on canvas.

 

Portrait of Actress Pelageya Strepetova. 1886.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Portrait of a Young Man. 1886. oil on canvas.
Vyatka Art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rov)

 

Portrait of Mikhail Saltykov-Schedrin. 1886.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Portrait of M.A. Plescheyev. 1887. oil on canvas.
Kharkov Museum of Art (Ukraine - Kharkov)

 

Gunib, Dagestan. 1888. Oil on canvas.
Tretyakov Gallery - Moscow (Russian Federation - Moscow)

 

Landscape. 1888. oil on canvas.
The State Russian Museum - Saint Petersburg (Russian Federation - St Petersburg)

 

Mountain in Dagestan. 1888. Oil on canvas.
Tretyakov Gallery - Moscow (Russian Federation - Moscow)

 

Portrait of Alexander Gerd.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Portrait of Ivan Goncharov. 1888. oil on canvas.
Alupka Palace Museum (Russian Federation - Alupka)

 

Waterfall in Kislovodsk. 1889.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Wildflowers. 1889.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In the Mountains. 1890.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Portrait of Painter Nikolai Ge. 1890. oil on canvas.
The State Russian Museum - Saint Petersburg (Russian Federation - St Petersburg) 

 

The Arrest. 1891. oil on canvas.
The State Russian Museum - Saint Petersburg (Russian Federation - St Petersburg)

 

Peasant Girl. 1891. oil on canvas.
Nizhny Novgorod State Art Museum (Russian Federation - Nizhni Novgorod)

 

Seeing Off. 1891 . oil on canvas. Omsk Museum of Fine Arts (Russian Federation - Omsk)

 

Boy in the Garden. 1892.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Girls with a Letter. 1892. oil on canvas.
Buryatia Fine Arts Museum (Russian Federation - Ulan-Ude)

 

Portrait of S. V. Panina. 1892. oil on canvas.
Donetsk Regional Art Museum (Ukraine - Donetsk)

 

Ravine near Kislovodsk. 1892.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Red Rocks. 1892.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Portrait of an Unknown Lady. 1893. oil on canvas.
The State Russian Museum - Saint Petersburg (Russian Federation - St Petersburg)

 

Pyatigorsk. 1893.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The Choir. 1894.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Devdarak Glacier. 1894. oil on canvas.
Arkhangelsk Regional Museum of Fine Arts (Russian Federation - Arkhangelsk)

 

Lake in the Caucasus. 1894.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Mount Elbrus in the Clouds. 1894. oil on canvas.
The State Russian Museum - Saint Petersburg  (Russian Federation - St Petersburg)

 

Portrait of Writer Leo Tolstoy. 1894. oil on canvas.
The State Russian Museum - Saint Petersburg (Russian Federation - St Petersburg)

 

Portrait of Philosopher Vladimir Solovyov. 1895. Oil on canvas.
Tretyakov Gallery - Moscow  (Russian Federation - Moscow)

 

Bedouin. 1896. oil on canvas. Poltava Regional Art Museum (Ukraine - Poltava)

 

Jerusalem. 1896.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Old Jew. 1896.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Sphynx. 1896.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Study for a Portrait of N. Obruchev. 1896. oil on canvas. Privation. collection

 

Way of the Cross. 1896. oil on canvas. Privation. collection.

 

Palermo. 1897. oil on canvas. Poltava Regional Art Museum (Ukraine - Poltava)

 

Taormina. 1897.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Portrait of Nikolai Obruchev. 1898.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Volcano Eruption. 1898. oil on canvas.
Kaluga Regional Art Museum (Russian Federation - Kaluga)

 

Abandoned Church. Date unknown.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At the Doctor's. Date unknown. Oil on canvas.  
Chelyabinsk State Museum of Fine Arts (Russian Federation - Chelyabinsk)

 

A Cart . Date unknown.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Crimean Landscape. Date unknown. Oil on canvas.  
Kherson Regional Art Museum (Ukraine - Kherson)

 

The Embankment. Date unknown. Oil on canvas.  
Omsk Museum of Fine Arts (Russian Federation - Omsk)

 

Female Portrait . Date unknown.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Girl with a Doll. Date unknown. Oil on canvas. Oil on canvas.
Tretyakov Gallery - Moscow (Russian Federation - Moscow)

 

Head of an Old Man. Date unknown. Oil on canvas.  
Nizhny Novgorod State Art Museum (Russian Federation - Nizhni Novgorod)

 

In the Caucasus. Date unknown. Oil on canvas.
Poltava Regional Art Museum (Ukraine - Poltava) 

 

In the Monastery. Date unknown.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Jakub. Date unknown. The State Russian Museum - Saint Petersburg, Russia

 

Kabardin Woman. Date unknown. Oil on canvas.
Poltava Regional Art Museum (Ukraine - Poltava)

 

Kislovodsk. Date unknown.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A Mountain Landscape. Date unknown. Oil on canvas.  
Ples State Museum-Reserve (Russian Federation - Ples)

 

A Mountain Landscape . Date unknown. Oil on canvas.  
Nikolaev Art Museum (Ukraine - Nikolaev)

 

Old Soldier. Date unknown. Oil on canvas.
Poltava Regional Art Museum (Ukraine - Poltava) 

 

Peasant in the Forest. Date unknown.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Portrait of a Lady. Date unknown.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Portrait of a Lady with Cat. Date unknown. Oil on canvas.
Kaluga Regional Art Museum (Russian Federation - Kaluga)

 

Portrait of an Unknown Lady. Date unknown. Oil on canvas.
Tretyakov Gallery - Moscow (Russian Federation - Moscow) 

 

Portrait of a Ukrainian Woman. Date unknown.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Portrait of Maria Yaroshenko, the Artist's Wife. Date unknown.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Portrait of Sergey Amosov. Date unknown. Oil on canvas.
Poltava Regional Art Museum (Ukraine - Poltava) 

 

Portrait of Vera Uspenskaya. Date unknown. Oil on canvas.
Poltava Regional Art Museum (Ukraine - Poltava)

 

Sunset. Date unknown. Oil on canvas. 
Nikolai Yaroshenko Memorial Museum (Russian Federation - Kislovodsk)

 

Troika. Date unknown. Oil on canvas. Poltava Regional Art Museum (Ukraine - Poltava)

 

Village Outskirts. Date unknown. Oil on canvas.
Poltava Regional Art Museum (Ukraine - Poltava) 

 

[영상] Nikolai Yaroshenko: A collection of 114 paintings (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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