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까지 사람이 아닌 괴물로 죽은 자


영화 쿼바디스 (Quo Vadis, Domine ;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는

1896년 폴란드의 소설가 헨리크 센키에비치가 발표한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1955년 머빈 르로이 감독이 로버트 테일러와 데보라 카 등을 주연으로 만든 세계적인 명화다.


당시 로마의 황제는 폭군으로 악명 높은 네로....
그는 이미 어머니와 아내를 죽였고 방탕하고 퇴폐적인 생활을 하면서 자칭 시인이며 예술가로

매일 시시한 시를 읊고 수금에 맞춰 노래를 지어 부르며 아첨꾼들에게 둘러싸여 지낸다.
로마에서는 큰 불이 일어나고 이 기회를 이용하여 수도 로마를 자신의 이상에 맞게 새로 건설하려고 한 네로는

급히 로마로 돌아가 오히려 더 큰 불을 내게 하고 불타는 로마를 바라보며 시를 짓는다.


네로의 악행을 알게 된 로마 시민들은 분노하고...

시민들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네로는 황후 포페아의 의견을 받아들여 기독교인들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그는 기독교인들이 로마에 화재를 일으켰다고 발표하고 그들을 원형경기장에서 처형하기로 한다.
네로가 기독교인들을 처형하려는 방식은 굶주린 사자들에게 기독교인들을 먹이로 내어 주기로 한 것.

처형의 시간이 다가오자 두려움에 떠는 교인들에게 들려오는 굶주린 사자들의 울음소리.

이때 한쪽에서 주님을 찬양하기 시작하자 교인들의 찬송가는 감옥 전체에 울려 퍼지고 네로의 귀에도 들려온다.


한편 로마를 탈출하여 아피아 가도를 걷고 있는 베드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환영을 보게 되고

‘쿼바디스(Quo Vadis, Domine ;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그의 물음에

‘다시 십자가를 지려고 로마로 돌아간다’는 그리스도의 대답을 듣고 베드로는 로마로 다시 되돌아간다.

원형경기장으로 돌아온 베드로는 수많은 관중 앞에서 천국에 대해 설교하고

바티칸 언덕에서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한다.


굶주린 사자가 으르렁거리고 있는 원형경기장으로 내몰린 기독교인들은

찬송가를 부르며 기꺼이 사자들의 먹이가 되고 이들의 모습에 네로는 오히려 두려움을 느낀다.
시민들의 웅성거림 속에 주인공 마커스 비니키우스(로버트 테일러)는

토스카나 지방에서 궐기하여 로마로 들어오고 있는 갈바장군의 소식을 전하고

관중들은 로마의 화재가 기독교도가 아닌 네로의 짓이었음을 확신하고 폭동을 일으킬 기세로 궁으로 밀려든다.

네로는 궁중으로 도망치지만 그를 지켜줄 근위대조차 남아 있지 않은 궁에서 불안에 떨며 어쩔 줄 몰라한다.


네로는 황후 포페아에게 묻는다. "근위병들은 다 어디에 있지?"
포페아 ; "죽었거나 살아 있다면 반란에 가담했겠지요."
네로 ; "죽었다고? 다 죽어버렸어!

사랑했던 어머니와 아내 옥타비아, 친구 페트로니우스까지 모두 죽었구나.

당신만 남았군.

당신이 나에게 기독교도들을 죽이라고 했잖아.

백성들이 나를 배반하도록 만든 건 바로 너야.

나의 충실한 신하들이 모두 나를 배반한 것도 바로 너 때문이야."


네로는 황후 포페아에게 자신이 지은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고

"너야말로 사악한 악마란 말이야." 하고 부르짖으면서 그녀를 목졸라 죽인다.


이때 오래 전 네로 황제에게 쫓겨났던 시녀 악테가 나타난다.

네로는 악테를 멍하니 쳐다보면서 "벌써 오래 전에 내가 널 쫓아냈는데 너 지금 여기에서 무얼 하는 거야"


네로를 진심으로 섬겼던 시녀 악테는 대답한다.

"언젠가 제가 필요하실 때가 올텐데 그 때가 되면 다시 오겠다고 말씀드렸었지요."


네로는 악테에게 "내게 반항하는군(Defied me), 없어져버려(Begone!)......

악테, 근데 저들이 날 어떻게 할까?(Act Ⅱ what will they do to me")"


악테 ; "죽일겁니다. (They will kill you)"
네로 ; "그럼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


악테는 네로에게 날카로운 비수를 건네며 말한다.
"당신께선 이제까지 괴물처럼 살아오셨어요.

이제라도 황제답게 당신의 손으로 스스로 생을 마치세요.

(You lived like a monster. Now die like an emperor my own hand)"


그러자 네로 황제는 말한다.
"난 괴물처럼 살고 싶지 않았어. 신이 그렇게 한 거지 ( I didn't wish to be amongst the gods willed it)"
하며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 내탓이 아니라 신의 탓이라고 부르짖는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39주기를 맞이하면서 괴물로 살고 있는 네로의 후예들을 본다.
기독교인을 탓하고 시민들을 탓하고 근위병들을 탓하고 마누라를 탓하면서 목졸라 죽이고

마침내는 신을 탓하는 네로의 후예들을.


2019. 0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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