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09년 08월 21일 [가신이의발자취] 가정 아끼듯 학생 사랑하신 ‘나의 선생님’ | |
김찬국 전 상지대 총장 |
1974년 연세대 신과대학장 재직 때 서슬퍼런 긴급조치법 1호와 4호 위반혐의로 구속되어 가족의 면회조차 금지됐던 군사독재시절, 유일하게 내보내고 들어올 수 있는 빨랫감 팬티 속 고무줄에 소식을 적어 선생님과 사모님께서 10여 개월 동안 비밀리에 주고받은 ‘고무줄팬티 통신’(사진)은 애절한 사연과 함께 소중한 유물로 남을 것입니다. 7년 6개월 해직되어 계신 동안에도 어려운 출판사를 돕고 좋은 책을 보급하고 더불어 돈을 모아 양심수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넣어 주시기 위해서 그 연세에 커다란 가죽 가방 가득히 책을 넣어 메고는 모임이 있을 적마다 부지런하게 팔러 다니시던 모습하며, 제게 주례를 서 주시고 위암으로 투병 중이던 제 아내를 찾아 어려운 살림에도 87년 당시 적지 않은 거금 30만원을 손에 꼬옥 쥐어 주시면서 다른 데 쓰지 말고 맛있는 거 사 먹으라시던 선생님,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늘 사랑이 넘치시던 선생님, 참으로 인자하고 아름답고 거룩하신 선생님, 인간이 하나님일 수 있다면 세상에서 딱 꼽을 수 있는 주 하나님이신 선생님. 이 글을 쓰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까닭은 선생님께 어린 추억이 너무 아름답고 행복했던 때문일 겁니다. 아니 이 땅에서 다시는 선생님의 그런 모습을 뵐 수가 없어서 입니다. 김찬국 선생님~! 이제 하늘나라에서 영원히 평안하시고 세상에 남아 있는 저희를 생전에서처럼 부디 잊지 말고 살펴주옵소서.
불초 제자 최민화 올림 / 전 환경관리공단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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