卷頭言 들녘같은 사람 / 고은 (시인) 



나는 1970년대 이래

역대 독재 체제와의 싸움을 통해서

그 체제가 무너지는 것을 목격한 동시대인의 한 사람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민주화 운동 참여자의 희생과 온갖 시련도

나 자신의 자그마한 고행과 더불어 얼마든지 증언할 수도 있다.


또한 이런 동지들과의 연대와 합치를 통해서

그 인간적인 미덕에 대해 한없는 매혹을 체험한 바도 없지 않다.


최민화 씨는 74년 이래 변함없는 이 세상의 후배로서

변함없는 친밀성을 나누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일찌기 함석헌 선생의 각별한 사랑을 독차지할 만큼

선배에 대한 겸손과 동지에 대한 원만

그리고 후배들에게 대해

들녘과도 같은 덕성을 발휘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실로 풍운이 긴박한 개인 생활의 난관을 이겨내 왔다.

나는 그의 딸 이름을 지어 주었고

그와 격의없이 세상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 왔다.


이런 최민화 씨가 지난 날의 아슬아슬한 고행과

그 극복 과정을 기록한 책을 내는데

어찌 가만히 있겠는가.


그의 어제, 오늘 내일의 영광을 기원하는 바이다.


 1996년 3월 <우리는 하나> (최민화 저 / 현암사 간)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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