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2월 12일 총선 직후 모 정보기관의 간부와 직원으로부터 받은 경고,

그것은 민주화운동에서 본인의 역할에 대해 가해지는 노골적인 협박이었으며

동시에 개인적 차원에서는 우정있는 충고이기도 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민청련이 발행하는 기관지 '민주화의 길'이 학생들 손으로 너무 많이 들어간다.

특히 대학근처에 있는 서점을 통해서 광범위하게 배포되는데, 이것은 우려해야할 일이고 단속하기를 요청한다.
물론 민주화의 길'이 상당히 온건하고 합리적인 내용을 싣는다는 것을 잘 알지만

결국 그것이 학생운동에 영향을 미치고 자극하는 것으로 상부는 판단하고 있으며,

그것을 더욱 굳혀나가고 있으니 곤란한 일이다.

실무자로서 다른 견해를 표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이해해 달라.

자신들의 권능밖으로 번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 달라.

두번째는 민청련 성명서, 선언문 내용이 점차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다,

창립선언문 비해 근래 나오는 성명서는 곤란할 정도이다.

특히 때때로 미국의 정책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은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 가지만,

이것이 불순세력들에 의해서 이용당할 우려가 있음을 꼭 이기억해 달라.

셋째로 민청련과 본인이 노동문제에 너무 자주 그리고 깊이 개입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것도 곤란한 일이다.

자중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본인은 다음과 같이 문제제기에 답변하였습니다.

"우선 '민주화의 길'이 학생들 손으로 많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바 있음에 충분히 이해가 간다.

우리도 '길'이 학생들에게 많이 나가는 것에 대해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보는 사람이 많아 점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됨은 알지만 그 때문에 기관으로부터 경계의 대상이 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의 민주화운동은 끈질기고도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청련 회원의 거의 모두가 과거 학생운동 출신들이기 때문에 당국이 학생운동을 뒤에 조정하고 있지 않는가, 색안경을 쓰고

보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이 '길'이 그런 연계 및 조정의 끄트머리로 낙인찍히고 단정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고로 받아들이겠다.

그런데 몇가지는 환기시키고자 한다.

'길'의 내용에 대해 우리로서는 책임있게 그리고 실현가능한 관점에서 집필하고 편집한다.

즉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합리적이라고 확신한다.

이 점에 대해 당신들은 동의할 것이라고 믿는다.

상부에 잘 납득시켜 달라.

탄압에 대해서 말하겠다.

정치적 탄압을 가해 오면 정말 우리는 그것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누구도 탄압을 즐거움으로 맞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오직 고통과 눈물이 있을 것이다.

탄압은 나아가서 국민내부에 또다시 집단적 갈등과 대결이 발행하는 불행을 가져올 텐데 우리 모두 노력하여 회피해야할 것이다.

학생운동 관계에 대해서 말하겠다.

당신들이 말한 대로 민청련 회원은 과거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생활인으로서, 책임있는 사회인으로서 살아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학생운동을 뒤에서 조종하지 않나 하는 감시와 눈초리가 우리들 등 뒤를 따갑게 추적하고 있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이런 당신들의 의심에 대해 우리는 이해하고자 한다.

이 자리에서 다시 확인하지만 민청련은 운동단체로서 학생운동에 개입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민청련 간부들도 학생운동에 연관되는 어떠한 역할을 절대로 하지 않았으며, 또한 그러할 것이다.

이것은 민청련 내부에 엄존하는 누구도 범할 수 없는 금지사항이다.

이것은 무엇보다 민청련의 안전을 위해서 정치적 탄압을 최대한 회피하고자 하는 비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외적으로 나타난 것이, 그 누구든지 나이가 많고 적건 간에 학생의 신분을 갖게 되면

그 즉시 민청련 회원자격은 박탈된다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당신들도 매우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학교를 따난 지 얼마 안되는 민청련회원으로서 어린 사람들의 경우 평회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혹시 학생운동과 모종의 관계를 갖거나 연루될 지 모르는 것에 대해 우리는 내부에서 '생활인 운동'을 강조하며 끊임없이 경고한다.

그러나 선후배 관계에서 개인적으로 연결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책임질 일도 아니고 또 그럴 수도 없다.

우리와 학생운동의 관계를 이렇게 정립한 것은 안전장치로서 방어조치로서 필요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니 그보다 민주화의 실현을 위해서 더욱 그렇게 해야하는 것이다.

우리는 학생운동의 성과에 얹혀서 몇몇사람들의 이름이나 날리는 매명행위를 하고자하는 것이 아니며, 또 그래서는 안된다.

민주화운동에 참여하는 폭을 훨씬 넓혀야 하며, 특히 책임있는 생활인들이 민주화실현에 참여할 때만이 그것은 성취될 수 있다.

그 중요한 디딤돌로서 민청련 운동의 존립근거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대단히 중시한다. 따라서 단순한 의도로 위와 같이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다시 확인해 두고자 한다.

두 번째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 같다는 지적은 오해이며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다.

오히려 낮춰 잡거나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창립시에는 구속을 각오하고 몸을 던지는 상태에서 글을 썼기 때문에 대단히 격렬하고 어떤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거칠기조차 했지만,

그 이후 우리는 상대적으로 여유를 갖고 임함에 따라 부드러운표현을 선택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당신들이 글 내용에 대해 한번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셋째로 미국 행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불순세력에 의해 이용당할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말하겠다.

물론 당신들로서는 마땅히 거절할 일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런 발언이 민주화운동에대한 협박수단으로 매우 빈번하게

그리고 유효하게 사용되었으며 - 특히 저 암울한 유신 긴급조치 시대하에서 - 따라서 신경질적인 거부감이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당신들은 때때로 우리들을 향해 사대주의자라고 비난하곤 했다.

미국의 인권운동단체나 우리의 민주화운동을 지원하는 미국의 양심적 시민세력들과 협력하는 경우 가차없이 우리를 매도하면서도,

정치군부를 지원하는 미국 사람들이나 폭압적인 통치를 묵시적 또는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미행정부의 정책,

고압적인 경제, 무역정책 등에 - 예를 들면 덤핑규제등 - 굴종하는 당신들이야말로 문제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미국 행정부의 오류와 고압적 태도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 당신들은 늘 불순의 올가미를 씌우려 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미국의 가치인 인간생명의 존엄성과 자유의 시련에 대해서 전적으로 동의하며

그를 위해서 결단하고 분투해 온 미국 시민들을 존경한다.

우리도 그 점에서 일치하여 겸허하게 배우고자 하며 민주화 실현을 통해 우리 사회 내부에도 그것을 확고하게 건설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미국의 행정부가 또는 인종주의적 편견과 우월감에 차 있는 일부 세력이

우리 사회에 지시. 명령하거나 일방적 영향력 행사를 하려 하거나 혹은 근거없는 비난을 하는 경우, 우리는 이를 거부한다.

또 폭압적인 정치군부에 대해 일방적인 두둔을 하거나 결과적으로 우리의 민주화실현에 장애물을 설치하는 경우,

이 때 우리는 반드시 문제를 제기하여 앞으로도 제기할 것이다.

80년 5월 17일 직후 미국 권력의 고위직에 있던 여러 사람들,

예를 들면 글라이스틴. 위키. 위컴 등의 발언은 부당할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내부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힌 것은 분명하다.

또 미국 경제. 사회학자들의 발전이론대로 무역입국. 수출제일주의에 입각하여 그 동안 추진해 왔던 우리의 경제성장에

큰 부담과 고통을 주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미국 행정부의 경제적 압력, 그것도 충격적이고 고압적인 자세로 접근하고 있는 그것이 아닌가.

이것은 우리 국민 내부에 실제로 큰 경악과 당혹감을 낳고 있음을 당신들도 잘 알 것이다.

우리는 미국과 미국 시민들과 우정과 대등함에 기초한 동반자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대해 충심으로 환영하며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바로 이를 위해서 잘못된 영향력 행사나 우리 사회이익의 일방적 희생이나 민주화 실현에 반대하는 정책을 미국이 취할 경우,

우리는 이를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할 것이며 그럼으로써만이 생산적이고 창조적이며 우정있는 관계를 건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만이 우리와 미국은 상호존경하는 훌륭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노동문제에 민청련이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몇 가지 말하겠다.

우선 민청련은 정치운동단체가 아니다.

우리는 때때로 정치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정치군부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생활인, 사회인의 운동단체이기 때문에

인권문제나 민생문제를 가장 중심적인 우리의 운동과제로 파악하는 것은 당연하다.

민생문제 중 노동문제. 노동자 생활의 문제가 중요하므로 자연히 연관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또한 다른 민주화운동단체 특히 노동운동단체가 아직 없거나 제 역할을 못하는 시기에 민청련이 창립, 활동해온 것이

당신들 보기에 노동문제에 깊이 개입하는 것으로 보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인천 기독교 도시산업선교회 실무자로서 오랫동안 있었기 때문에

70년대 민주노조운동지도자, 활동가, 또는 평조합원을 비교적 잘 아는 편이다.

민청련 의장을 하기 바로 직전까지 노동상담 실무역할을 했던 것을 기억해 달라.

인간관계란 금방 단절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런 나머지 관계가 줄을 이루고 있는 것이며, 앞으로 개인적인 노동문제와 연관은 축소되지 않겠는가.

노동문제와 연관 또는 개입을 마치 불순한 것으로 보는 것 같은 인상을 받는데, 이것은 이제 버릴 때가 되었다. 제발 이러지 말자."

대충 이러한 흐름의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본인은 이러한 경고에 대해 사실상 심각한 우려를 갖게 되었습니다.

직접 말한 내용도 그렇지만 오늘 우리 사회를 파악하는 정치군부의 시각에 대해 우려했던 점이 사실로 나타났으며

본인이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었던 점이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