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워준 그 강과 들

 

남한강

 

굳이 고향을 말하자면,

경기도가 온통 고향이라고,

특히 소년 시절을 보듬어 준 남한강 상류가

나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교장 선생이시던 아버지의 잦은 전근 덕분에,

평택 청북초등학교와 진위초등학교를 다녔고,

양평군에서 원덕초등학교를 다니다

양수초등학교에서 졸업을 했습니다.

 

아마도 내가 겪은 첫 시련은

자주 전학을 다니면서

늘 새로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강박감이었지 싶습니다.

 

그래도 고향은 어린 소년에게

더없이 넉넉하고 너그러웠습니다.

 

남한강에서 동무들과 멱을 감고,

밤 하늘의 별을 보았습니다.

 

들판에서 세찬 바람을 향해 달렸고,

풀이 자라나는 소리를 들으며 켰습니다.

 

지금도 양평 너른 평야나 남한강가를 가게 되면

차를 세우고 한참을 서서

나를 키워 준 그 들과 풀과 강과 하늘을 바라봅니다.

 

새침하던 여학생 “연봉”이는 어디에서 무엇을 할까,

하는 그리움과 함께.

 

그러다 정말로 첫 시련을 만났습니다.

경기중학교에 떨어진 것입니다.

 

그 때 심정으로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습니다.

그 뒤 광신중학교에 입학하였는데

그 3년 동안이 내 평생에서 가장 열심히

모질게 공부하던 때였을 것입니다.

 

불 좀 끄고 잠을 자라는 부모님의 성화에 부대끼면서도

밤 늦게까지 공부하곤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에 겪은 좌절과 실패, 열등감이

결국은 나에게 불확실한 미래와 싸울 수 있는

용기를 주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완행 열차를 타고

또 한참을 걸어 통학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출처: 김근태 의원 후원회 소식지 [푸른내일]호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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