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
원추리 꽃
어머니 마흔 셋에 나를 낳으셨습니다.
감옥에 갔을 때
꾸었던 꿈이 생각납니다.
꿈속에서 마늘 냄새 나는 어머니 치마 품에서
오래도록 잠을 잤습니다.
조금씩 잠에서 깨기 시작했을 때,
오랜만에 맛보는 그 따뜻한 꿈이 마냥 아쉬워
다시 잠을 청하려고 얼마나 애를 썻던지...
어머니는 열정적인 분이셨고,
아들 교육을 위해서라면 극성스러웠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막내 아들에 대한 사랑이 애틋하였습니다.
해마다 봄이면 남한강 가에서
원추리를 캐 와서 국을 끓여 주셨습니다.
형과 누나는 이내 물려서
싫은 눈치를 내비치는데도
막내인 나는 한달 내내
원추리국을 먹을 수 있어 좋아라 했습니다.
여름이면 들과 산에서 떼지어 피는
황금빛 원추리 꽃을 가장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어랄 적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안의 몰락으로 가슴앓이가 컸던 어머니는
급기야는 나의 수배와 투옥과 피신을
온 몸으로 감당하시느라
그 긴 세월 한시도 걱정과 긴장을
늦출 새가 없으셨던 모양입니다.
79년 박정희 씨가 죽었을 때
그 때서야 비로소 마음을 푸셨는지,
다음 해 1월에 북망산을 넘으셨습니다.
80년 겨울 잠시 동안 자유의 몸이 된 나는
깊은 눈물을 삼키며
어머니를 광나루에서 보내 드렸습니다.
어머니 치마에서 짙게 배어 나오던 마늘 냄새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나의 고향이 거기에 있습니다.
출처: 김근태 의원 후원회 소식지 [푸른내일]호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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