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민 화 / 고 은




지붕 위 박 몇덩이
실컷 익어

밤중에도 하얀 박 몇덩이
그렇게 넉넉한 사람이었다

최민화

핏대 세워 토론하는 화곡동 어느 집에서
그는 넉넉하게 입다물었다가
너털웃음으로 동지들의 불화를 풀어주었다.

그 밑창의 고통 따위 숨기고
허허허

예수를 믿는지 안 믿는지
아무런 흔적 없이 예수 믿어

이런 사람도 있다

잘 드는 칼보다 도끼보다
이를테면 용문산 용문사 천년의 은행나무 뿌리
불거져 나온 그런 세월인양

* 고 은 시집 < 만 인 보 > 11 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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