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rait of painter Ilya Semyonovich Ostroukhov. 1913. by Ilia Repine. 
종이에 목탄. 88 x 70.3 cm. Tretyakov Gallery, Moscow, Russia

국민화가 일리야 레핀이 그린 일리야 세묘노비치 오스트로우호프의 초상화. 
일리야 오스트로우호프 (Ilya Ostroukhov 1858~1929)는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모스크바에서 멀지 않은 곳에 러시아 예술가들이 모이던 아브람체보라는 곳이 있는데, 
마몬토프라는 사업가가 투자를 한 곳으로 문학가와 화가들이 모여 
일종의 예술인 마을로 성장한 오스트로우프는 이 곳에서 화가들과 어울리게 된다.

1885년, 스물 일곱이 되던 해 오스트로우프는 러시아의 재능 있는 젊은 화가들이 참여하는 
이동파에 가입하여 기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사실주의적인 작품을 ​
러시아 곳곳에서 전시회를 통해 그들은 미술 작품의 대중화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1898년 오스토르우프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의 운영위원회 멤버가 되었고 
1905년부터는 미술관 운영 책임자로 있는 동안 러시아의 10월 혁명이 일어나 
혁명 발발 이후 러시아 혁명 정부는 오스트로우프가 그동안 개인적으로 수집했던 
미술품들을 국유화 한 다음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으로 옮긴다.

1929년, 일흔 한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오스트로우프는 
국가의 소유가 된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의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미술 이론가로 활동을 했고 광범위한 정보를 담은 미술에 관한 책들도 펴냈다.

 

Early Spring. 이른 봄

아직 겨울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봄이 오고 있다. 
강둑 위로 난 길에도 희미하게나마 초록의 숨결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겨우내 바람과 눈에 시달렸던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로 서 있지만 
강으로 몸을 힘껏 구부린 자세에서는 봄을 기다리는 모습이 느껴진다.

 

In Early Spring. 이른 봄에

봄이 한결 더 가까워졌다. 
양지 바른 곳에는 초록이 짙어졌고 여린 가지들도 잎을 달기 시작했다.
​늘 맞는 봄이지만 나이를 먹어 가면서 죽은 것 같은 대지가 
다시 살아나 일어나는 모습에 경이로움이 더 해지고 있다.
그래서 옛 시인들은 봄이 돌아오면 반갑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던 모양이다.

오스트로우프가 훗날 러시아 미술계에서 활동한 것에 비하면 그에 대한 자료는 아주 빈약하다.
​몇 안 되는 자료를 가지고 그의 생애를 따라가 본다. 
오스트로우호프는 모스크바의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모스크바에서 멀지 않은 곳에 러시아 예술가들이 모이던 아브람체보라는 곳이 있는데, 
마몬토프라는 사업가가 투자를 한 곳으로 문학가와 화가들이 모여 일종의 예술인 마을이 된 곳이다. 
성장한 오스트로우프는 이 곳에서 화가들과 어울리며 지내게 된다.

 

The First Greens, 첫 초록 잎들.

가지마다 잎들이 열렸다. 
노란 꽃을 활짝 피운 나무는 마치 작은 등을 빼곡하게 달고 있는 모습이다.
강둑은 여린 초록으로 덮였고 그 사이 들꽃들이 보석처럼 자리를 잡았다.

​봄을 가져온 시내는 고요하게 하늘과 주변의 나무들을 담아 흐르고 있고 
멀리 보이는 숲에도 연두색이 가득하다.
곱고 고운 초록의 잎들, 모습은 여리지만 겨울을 이겨낸 힘을 뿜어 내고 있다.
​그 기운 때문일까? 봄은 늘 몸과 마음이 어지럽다.

아브람체보에서 지내는 동안 오스트로우프는 그림에 흥미를 갖게 된다.
기록에는 체계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스스로 독학했다고 되어 있는데 
그것은 아브람체보에 오기 전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스물 두 살이 되던 해, 알렉산더 키셀리오프라는 화가에게서 개인 교습을 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일리야 레핀이 지도하고 있던 일요 저녁 드로잉 반에도 나가게 된다.
2년 뒤에는 잘 나가는 화가이자 미술 선생님이었던 파벨 치스타코프의 지도도 받는다.

 

River at Midday, 한낮의 강. 1892.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는 한낮, 고요함이 머물고 있다.
강 건너 나무는 바람이 흔들고 간 물결 위에서 가볍게 흔들리고 있고 
수련의 꽃들은 마치 흰 종이배처럼 떠 있다.
멀리 들판 너머 숲에도 초록의 생명이 가득하다. 
어딘가에서 나지막하게 노래 소리라도 들려 왔으면 좋겠다.
​강둑에 앉아 이런 풍경을 보고 있는다면 어떤 소리라도 흥얼거리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다.

 

Alley, 오솔길. 

숲 옆으로 난 오솔길 위, 가로수를 뚫고 햇빛이 붉은 색으로 내려 앉았다.
오스트로우프의 다른 작품과는 달리 굵은 텃치로 묘사된 오솔길과 나무들은 
마치 주체할 수 없는 힘이 뭉쳐진 것처럼 다가온다.
 
1885년, 스물 일곱이 되던 해 오스트로우프는 이동파에 가입한다. 
이동파는 러시아 화가들을 소개할 때 자주 등장하는 그룹이다.
당시 러시아의 재능 있는 젊은 화가들이 참여한 이 그룹은 기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사실주의적인 작품을 대중들에게 소개했다.
러시아 곳곳에서 개최된 전시회를 통해 그들은 미술 작품의 대중화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1886년, 오스트로우프는 모스코바 조형미술학교에서 미등록 학생으로 공부한다.

 

Autumn Landscape, 가을 풍경. 

가을과 여름이 어지럽게 교차되고 있다. 
성질 급한 잎들은 노란색으로 변했지만 여름의 마지막을 잡고 있는 잎들은 여전히 초록이다.
숲 가운데 자리를 잡은 작은 호수에는 햇빛이 가득하다. 

화가가 아니더라도 이런 풍경 앞에서는 발길을 멈추게 될 것 같다.
그림으로 담는 것과 눈으로 담는 것은 다르겠지만 이런 것들이 쌓여 
마음이 딱딱하게 굳는 것을 더디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Golden Autumn, 황금빛 가을. 1887.

가지고 있는 몸 속의 모든 힘을 다 뿜어 내는 것 같은 잎들에게서 문득 경건함이 느껴진다.
​마지막은 늘 이렇게 화려해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일몰과 가을의 단풍을 볼 때이다.
곧 떨어져 미라처럼 마를 잎들의 모습은 아주 멋진 삶을 살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숲 사이로 난 작은 길 위, 산새도 잠시 가을 속으로 깊게 빠져 든 모습이다.

오스트로우프는 자연의 풍경을 묘사하는데 뛰어난 소질이 있었다.
때문에 사실적인 기법으로 풍경을 그림으로 담아냈는데 거기에 시적인 느낌을 더했다.

​그의 작품이 사진 같은 정교함에 머물지 않는 까닭이겠다. 
한편으로 오스트로우프는 뛰어난 미술품 수집가였다.
부유한 집안 환경을 배경으로 그는 러시아 대가들의 작품을 모을 수 있었다.
​물려 받은 재산을 쉽게 날려 버리는 2세들에 비해 그는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었다.

 

In the Abramtsevo park, 아브람체보 공원에서. 1885

나무들 사이로 바람이 불자 잎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가지에 남아 흔들리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세상으로의 여행을 기꺼이 시작하는 것들도 있다.

​지난 계절, 많은 사람들이 잠시 앉아  숨을 고르고 머리를 정리했을 벤치 위에 낙엽이 내려 앉았다.
​신발을 덮을 만큼 쌓인 낙엽 위를 걷다 보면 정말 많은 소리가 들린다.

​한탄도 있고 환호도 있다. 
더러는 눈물도 그리고 웃음도 들린다. 바삭거리는 그 소리를 들어야 할 것 같다.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마음의 보온재로 그만한 것도 많지 않다.

 

Siverko, The North Wind, Siverko의 북풍. 1890. 85cm x 119cm.

구름이 낮게 내려 앉았다. 
만을 가로 지르는 바람의 끝에 차가움이 묻어 있다.
흐린 하늘을 담고 있는 물에는 북풍이 만들어 놓은 잔물결이 가득하다.

​계절이 바뀔 즈음의 하늘은 늘 어지럽다. 
쉽게 떠나지 못하는 아쉬움과 서둘러 찾아 온 낯섦이 뒤 섞이기 때문이겠지.
찬 바람이 불어 나오는 것 같은 이 작품은 앞서의 황금빛 가을과 함께
오스트로우프의 최고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1898년 오스토르우프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의 운영위원회 멤버가 된다. 
그리고 1905년부터는 미술관 운영 책임자가 된다.
1917년, 러시아의 10월 혁명이 일어난다. 
혁명 발발 이후 러시아 혁명 정부는 오스트로우프가 그동안 개인적으로 

수집했던 미술품들을 국유화 한 다음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으로 옮긴다.
​그의 입장에서는 가슴이 무너지는 일이었겠지만 

보관 장소가 미술관이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Last Snow. 마지막 눈.

그동안 쌓인 눈이 다 녹지 않았는데 다시 눈이 내렸다. 
양은 많지 않았다. 올 겨울의 마지막 눈인 것 같다.
아직 남은 햇빛을 받고 있는 나무 꼭대기 아래로는 해가 지면서 
산 그림자에 덮인 부분들이 푸른색으로 변했다.

​얼마 후면 푸른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하겠지. 
눈이 녹은 곳에는 다시 옅은 초록의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길었던 겨울, 다시 초록으로 얼굴을 내민 그들이 정말 고맙다.

 

Last Snow, Abramtzevo, 아브람체보의 마지막 눈.

겨우내 회색으로 굳었던 붉은 대지의 부드러운 속살이 드러났다.
덮여 있던 눈은 거의 다 사라지고 움푹 파인 곳에 마지막 잔설만 남았다.
조금씩 따뜻해지는 햇빛으로 땅은 서서히 물러질 것이고 
그 틈을 통해서 겨울을 이겨낸 생명들이 숨을 쉴 것이다.
이제 싹이 돋고 거대한 생명의 시계가 빠르게 움직이겠지. 
겨울이 혹독했기에 봄은 더 눈부신 것 아닐까?

1929년, 일흔 한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오스트로우프는 
국가의 소유가 된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의 큐레이터로 활동한다.
그가 평생을 모았던 작품들을 늘 볼 수 있었으니까 불행하다고 만 할 수는 없겠다.
말년에는 미술 이론가로로 활동을 했고 광범위한 정보를 담은 미술에 관한 책들도 펴냈다.

 

[영상] Skrjabin Etude op 8 nr 12 Vladimir Horowitz Ilya Ostroukh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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