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동문회보 / 이달의 여동문

박정희 (신학 72입) 대전 변동중학교 교장

 

도자기를 빚는 마음으로 교육 한 길

“식물이 자라기 위해서 양분이 필요하듯이 한 아이가 바르게 성장하려면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한 학생 한 학생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는 그런 교사가 되고자 했습니다.”
신학과를 졸업하고 연합신학대학원에서 기독교교육학을 전공한 뒤 1981년 고등학교 윤리교사로 처음 교단에 섰을 때 박정희 동문의 각오는 남달랐다. 특히 학교에서 문제 학생으로 낙인찍힌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고자 했다. 하지만 1984년 12월 시골의 한 병원에서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그의 인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난산 끝에 산모는 정신을 잃었고 아이는 제대로 숨을 쉬지 못했다. 이후 아들은 잠을 거의 자지 않고 젖을 삼키지 못해 애를 태우더니 목을 가누는 것도, 뒤집는 것도, 일어서는 것도 유난히 더뎠다.
세 살 무렵 의사로부터 뇌성마비 판정을 받았다. 커갈수록 점점 더 뒤처지는 아들에게 조바심을 내며 “똑바로 걷지 너는 왜 자꾸 넘어지니”, “침 좀 흘리지 마라”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한동안 직장을 그만둘까 고민했으나 일을 포기하고 아이에게 매달린다 해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장애가 있는 아들과 사는 것을 힘겨워하던 남편은 아들이 일곱 살 무렵 영영 떠나버렸다. 그는 위자료나 양육비 대신 친권을 챙겼다.
“아이가 밤에 잠을 안 자고 설치는 경우가 많아서 밤새 시달리다 아침 7시30분에 집을 나서 아이를 스쿨버스에 태워주고 출근했죠. 친정어머니께서 아이를 돌봐주셨지만 그래도 그 무렵 하루가 48시간이면 좋겠다고 노래를 부를 만큼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오직 쉼, 여유, 위안, 안식, 평안 이런 단어들이었어요.”
한동안 실패한 인생이라는 생각에 우울증에 빠졌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도자기를 접하고 활력을 되찾았다. 주말마다 흙을 주무르고 두드리고 빚다 보면 현실 세계의 절망감과 고뇌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성취감도 컸다. 대전교원미술전 공예부문 1등급 상과 전국백제토기물레경연대회 은상을 수상했고, ‘정신지체 학생의 작업기능 신장을 위한 생활도자기 만들기 지도자료’로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을 받았다. 다시 공부를 시작해 침례신학대 사회복지대학원에서 ‘도예 활동을 통한 집단상담이 장애아 어머니의 양육 스트레스 및 자기 효능감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도 썼다.
“특수학교에 근무할 때 장애아들에게 도자기 수업을 했는데, 평소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던 아이들이 도자기를 만드는 동안에는 가만히 앉아서 흙을 만지더군요. 부드럽고 촉촉한 흙을 만지며 원하는 모양을 만들고 불에 구워 작품이 완성될 때 아이들은 성취감을 느끼죠. 작년부터 자폐아와 가족들에게 도자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자폐아들이 도자기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면서 대인관계와 사회적응력을 키우고, 부모들도 자녀를 더 이해하게 되고 양육 스트레스도 풀 수 있지요.”
박정희 동문은 2013년 7월 도자기를 시작한 지 14년 만에 첫 개인전을 열었고 올 11월에 두 번째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지난 해에는 교장으로 승진해 교육자로서 도예가로서 모두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다. 한때 눈물과 한숨이 서렸던 그의 도자기에 지금은 사랑과 기쁨이 넘친다.
“여전히 일상생활을 스스로 하지 못해 옷을 입히고 양치질을 해줘야 하지만 아들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아들의 순수하고 천진한 미소가 나를 정화시키고 아름답게 사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알게 해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글·김현미(신방 86입) 동아일보사 주간동아 팀장


원본 http://www.yonsein.net/ebook/dong/1505/201505.pdf    13 of 24

인용 http://blog.daum.net/choemh/16140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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