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인 함석헌 평전/[16장] 88년의 거인 나래를 접다

2013/02/28 08:00 김삼웅

 

 

제100호(1989년 4월호)

함석헌이 생전에 그토록 기대했던 <씨알의 소리> 통권 100호는 그가 세상을 뜬 뒤에 나왔다. ‘통권100호 기념호’로 나온 “함석헌 추모특집” 형태의 4월호였다. 새 발행인이 된 김용준은 <선생님의 ‘글쎄’가 그리워집니다>에서 “편집위원들이 모여 <씨알의 소리>를 계속 펴나가기로 결정했다”는 뜻을 전했다.

통권 100호의 특집 ① “함석헌 선생의 인간과 사상”에는 노명식의 <함석헌의 고난사관>, 송건호의 <언론인으로서의 함석헌>, 김경재의 <함석헌의 종교사상>, 송현의 <시인 함석헌 연구>, 김영호의 <함석헌과 동양사상>, 이윤구의 <하늘만 믿은 님과 퀘이커 신앙>, 송기득의 <함석헌의 대듦, 그 삶과 얼과 생각>이 실렸다.

특집② “함석헌 선생과 나” 에는 장기려ㆍ김대중ㆍ김영삼ㆍ최태사ㆍ이태영ㆍ법정ㆍ서영훈ㆍ김상근ㆍ원경선ㆍ다나까ㆍ한승헌ㆍ강기철ㆍ장기홍ㆍ김숭경ㆍ배영기ㆍ문대골이 쓴 각각의 사연이 담겼다. 박두진의 시 <함석헌 선생>, 박재순의 <씨알의 소리와 씨알의 사상>, <씨알의 소리 총목차>, <사진으로 보는 함석헌 선생> 등 내용면에서 ‘함석헌 추모특집’에 모자라지 않았다.

박두진의 시 <함석헌 선생>

이 시대, 이 세기,
우리들의 이 시대의 한 의인 가셨느니.
참 사람 사랑의 사람
자유의 사람 가셨느니.

그 암담하고 처절한
악의 시대 횡포의 시대의 상처투성이의
그 하늘의 사람 빛의 사람의
형형한 정기,
질풍노도로 한 시대를 깨우쳤느니.

불의ㆍ무도ㆍ악을 쳐
번개처럼 번뜩이고,
사랑에는 촉촉한 봄비로 스며,
빛의 길 참의 길을
밝혀 가셨느니.

아, 불의 자유, 불의 사랑, 불의 의지 그 활력,
스스로 안에 삭혀 눈물 머금던
겨레사랑, 인간사랑, 인류사랑 끝없이
불멸의 넋 활활 태운
이 시대의 의인,
불의 사람 참의사람 가시었느니.
(주석 6)

인물은 두 가지 형태로 역사에 남는다. 생전에 세상을 요란하게 했던 인물 중에는 갈수록 세월의 더께에 묻혀 망각되는 경우, 세찬 풍상과 인위의 작용에도 씻기지 안고 샛별처럼 반짝이는 경우다. 함석헌의 경우는 기념사업과 연구사업이 활발하고 ‘20세기를 대표하는 한국인상’으로 조명된다. 함석헌기념사업회는 그동안 이사장이 장기려 ⟶ 이문영 ⟶ 김경재 ⟶ 문대골 ⟶ 김조년으로 이어지고, <씨알의 소리>도 격월간으로 최근 (2013년 봄)까지 김조년 교수가 발행 겸 주간을 맡아 통권 226호를 발간하였다.

함석헌기념사업회는 함석헌 탄신 100주년인 2001년 3월 13일 한국언론재단(프레스센터)에서 추념 및 후원의 밤 행사를 가졌다. 김대중 대통령은 추념 메시지에서 “함석헌 선생이야말로 20세기 한국이 낳은 세계적 사상가요 문필가였으며, 행동하는 지성이었고, 민주화운동이 전개되었던 어두웠던 시절, 선생은 태산처럼 우뚝 서서 저와 민주화 동지들을 지탱해주고, 지도하시고 이끌어 오신 큰 스승이었다.”고 회고했다.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는 3월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 충신교회에서도 열리고, 3월 13일 오산학교에서도 학생, 교사, 동문들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되었다.

오산학교 동창회는 1994년 2월 <함석헌선생추모문집>을 편찬했다.
고인의 희귀한 사진 화보와 부록으로 저술, 연설의 목록을 연대별로 정리하여 연구에 도움을 준다. 문집에는 육필 원고가 실리고, 오산학교 후배로서 함석헌이 3.8선을 넘어 서울에 정착할 때 도움을 준 최태사의 글, 50년 동안 지켜보았다는 최진삼의 기록 등 값진 내용이 많다. 60여 년 전 오산학교 제자였던 안이현ㆍ김극진ㆍ이동순ㆍ임상흠ㆍ김창화ㆍ윤창흠ㆍ이용서ㆍ왕지균ㆍ이기백ㆍ김경옥ㆍ선우양국 등의 회고담에서 ‘교사 함석헌’의 모습과 비화, 일화를 듣게된다.

오산학교 30회 졸업생인 역사학자 이기백은 <함 선생의 속마음>에서 일제가 학교에서 일본어를 상용토록 했는데도 여전히 우리말로 강의하다가 갑자기 장학관과 교장이 교실로 들이닥치자 유창한 일본어로 강의를 한 ‘현장’을 소개했다. 함석헌이 얼마 뒤 학교를 떠나게 된 것이 이와 관련되었을 것이라고 이기백은 적었다.

‘씨알사상’을 되살리는 <함석헌연구>지가 2010년 봄부터 씨알사상연구원에서 반년간으로 발행되고, 제22차 세계철학대회가 2008년 8월 서울대학교에서 ‘유영모ㆍ함석헌사상연구’를 주제로 열렸다.

2009년 7월에는 ‘제1차 한ㆍ일 철학포럼이 일본에서 열렸다. 한ㆍ일 두 나라 철학자 30여명이 모인 철학포럼은 함석헌과 유영모, 다나카 쇼조, 아라이 오스이의 사상을 탐구하면서 “씨알사상은 생태계를 구할 대안”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2010년에 함석헌 사상을 본격 연구하는 ‘씨알학회’(회장 이규성)가 창립되었다.

함석헌기념사업회는 해마다 ‘씨알모임’ 의 행사를 갖고, 씨알학술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씨알정신 승계와 확장에 노력한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소재 함석헌기념사업회관에는 고인의 각종 저서와 자료, 기록물을 전시하고 있다.


주석
6> <씨알의 소리>, 1989년 4월호,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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