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산천 / 신동엽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모서리엔
이름 모를 나비 하나
머물고 있었어요.

 
잔디밭엔 장총(長銃)을 버려 던진 채
당신은
잠이 들었죠.

 
햇빛 맑은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남햇가,
두고 온 마을에선
언제인가, 눈먼 식구들이
굶고 있다고 담배를 말으며
당신은 쓸쓸히 웃었지요.

 
지까다비 속에 든 누군가의
발목을
과수원 모래밭에선 보고 왔어요.

 
꽃 살이 튀는 산허리를 무너
온종일
탄환을 퍼부었지요.

 
길 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그늘 밑엔
얼굴 고운 사람 하나
서늘히 잠들어 있었어요.

 
꽃다운 산골 비행기가
지나다
기관포 쏟아 놓고 가 버리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그리움은 회올려
하늘에 불 붙도록.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바람 따신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잔디밭에 담배갑 버려 던진 채
당신은 피
 흘리고 있었어요.
 

일렁이는 피와 다 닳아진 살결과
허연 뼈까지를 통째로 보탤 일이다.




A_02_진달래 산천 (신동엽).mp3
1.54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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