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민주대연합 이뤄야 정권교체 보인다” | |
[한겨레가 만난 사람] 민주당 김근태 진보개혁모임 대표 | |
성한용 기자 이정우 기자 | |
2008년 6월 촛불 국면에서 아고라 누리꾼들이 토론 내용을 책으로 엮은 일이 있다. 책 서문에 이런 표현이 나온다.
“운동을 많이 했다.” “(웃음) 아니고. 일주일에 사나흘은 동네 운동장에서 축구를 했고, 나머지 사나흘은 집 근처 초안산에 오르내렸다.”
“2008년 미국에서 출발한 전세계적 금융위기로 우리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는데, 어떻게 봐야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공부를 좀 했다.”
“직접적으로는 뉴타운 돌풍 때문이었지만, 근본적으로는 다른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민주화운동을 한 사람들에 대해 보상을 더이상 하지 않겠다는 국민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둘째, 민주화 세력이 아파트 분양 원가나 국민연금 등 민생문제에서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 데 대해 국민들이 책임을 물은 것이다. 아무튼 낙선은 국민의 명령이었다. 그래서 자숙하고 자성했다.”
브라질 룰라처럼 정파 독자성 유지하며 통합 -국민들이 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선택했을까? “역시 민생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했고, 일자리 부족은 여전했다. 중산층과 서민의 박탈감이 커졌다. 그런데도 우리는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미국 중심의 시장만능주의가 밀고 들어왔지만, 워싱턴 컨센서스가 뭔지도 제대로 파악을 못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했는데, 그런 표현은 항복 선언이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치적 의지를 집결시키지도 못했다. 아이엠에프의 강제와 재벌 연구소의 대안적 방향이나 참고하면서 난파했다. 반면에 특권세력은 이런 상황을 활용해 동맹을 재편하는 데 성공했다. 뉴라이트의 발호가 그 증거였다. 슬로건과 담론 투쟁에서도 우리는 패배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구호가 국민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동안 속수무책이었다.”
“지표경제는 괜찮다고 하지만, 체감경기는 너무나 심각하다. 못 견디겠다고 반발하면 정권은 탄압을 했다. 그 과정에서 공권력을 사유화했다. 민주주의가 이렇게 후퇴할 것으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정권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 내려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교체를 못 한다면 가히 재난적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87년 6월항쟁 이후 양김의 분열로, 재야의 분열로 노태우 정권이 탄생하고 국민들은 낙담했다. 이번에 정권교체를 하지 못하면 그에 버금가는 상황이 올 것으로 본다. 정권교체를 하지 못하면 범야권 세력은 역사적인 규탄을 받을 것이다.”
“절박한 민생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방향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당장 해결할 수 없다면 전망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통합과 연합으로 한나라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면 수도권과 부산·경남에서 한나라당을 패배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담론과 슬로건 투쟁에서도 승리해야 한다.”
“경제의 인간화라고 할까, 인간적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그런 정책을 도입하자는 것인데, 뭐라고 할지는 좀더 고민해야 한다.”
“한마디로 정권교체 위해 의미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매주 목요일 점심에 모여서 정세에 관해 의견을 교환한다. 또 한 달에 한 번은 포럼을 하기로 했다. 거대 담론도 필요하겠지만, 구체적 사안에 집중하기로 했다. 5월에는 최저임금을 다루기로 했다. 주택담보 부채 문제는 6월에 다루기로 했다.”
“우리 사회에서 진보세력이 작은 정당이지만 정당 활동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덜 진보적이다. 일종의 개혁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개혁세력과 진보세력의 대통합에 다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진보개혁모임이라고 했다.”
“있다. 그러나 민주·진보세력이 대통합을 이뤄야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는 데에는 동의하는 분들이다.”
“어려운 질문이다. 진보의 문제가 발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전세계에서 미국·영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시장만능주의가 관철되고 있다. 1%의 사람들이 세계 재산의 43%를 갖고 있다. 10%가 83%를 갖고 있다. 하나밖에 없는 지구에서 이렇게 불평등하게 사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절박한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진보적 정책과 대안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진보가 재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반독재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학생, 노동자, 농민들이 진보적 목소리를 많이 냈다. 의미는 있었지만 바로 실현할 수는 없었다. 나는 민주대연합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고 그다음에 진보로 가자고 했다. 잘 알다시피 정권교체는 했지만 그다음으로 가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진보가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됐다.”
“진보세력 일부에서는 개혁주의 세력을 빼고 가자는 주장이 있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1987년 1차 민주대연합에 이어, 최근 상황을 2차 민주대연합으로 규정하고 싶다. 진보와 개혁주의 세력이 타협해서 함께 손잡고 가야 정권교체를 이루고 다수당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시장경제는 불공정성과 정보의 비대칭 때문에 강자와 약자가 경쟁 전부터 구별된다. 어떤 경제제도를 택하면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건 복지가 아니라 민주적 시장경제라고 나는 주장한다.”
“공부를 더 해야 하는 부분이다. 아직 판을 제대로 못 벌였다. 지금도 시장경제가 마치 공정하고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에 반대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시장에 대해 말하자면,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추고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펴는 ‘덴마크 모델’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하나는 기초노령연금인데, 지금의 8만7000원에서 15만원 정도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한나라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던 ‘반값 등록금’이다. 재원 확보를 둘러싸고 구체적인 논쟁을 벌였으면 좋겠다.”
“증세는 해야 하고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순서나 단계를 고민해야 한다. 토론과 타협의 과정 없이 증세는 불가능하다.”
“지금은 누가 대표를 해도 거기서 거기일 것 같다. 지금 민주당 지지율은 반사이득이다. 민주당은 아직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겼으면 좋겠다. 그래야 한나라당 수도권 의원들이 지금처럼 이명박 대통령의 거수기 노릇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브라질의 룰라가 12개 정파를 등록시켜 각 정파의 독자성을 유지하면서도 통합을 이뤄냈다. 그리고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우리도 그렇게 해보자는 것이다. 민주당, 진보정당, 국민참여당 등 범야권 정당과 시민사회, 대중단체 조직, 노동자와 농민 조직이 참여하는 원탁 테이블을 구성하는 게 필요하다. 4·27 재보선이 끝나면 본격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후보조정, 연합공천은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지분협상을 통해 통합을 반드시 해야 한다. 통합만이 살길이다.” -통합의 시한은? “12월 중순까지는 통합전당대회를 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 방향이나 슬로건, 담론을 정하고, 200개가 넘는 지역구 후보 공천과 비례대표 공천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국민들은 국회의원 선거를 내년 4월로 생각한다. 시간표에 어긋남이 있다. 걱정이다.”
“박근혜 전대표가 대통령 안됐으면 좋겠다”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를 어떻게 생각하나? 진정성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꽤 평가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가 (대통령이) 안 됐으면 좋겠다. 지난 대선 때 ‘줄푸세’(줄이고, 풀고, 세우고)는 대표적인 시장만능주의 공약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복지를 얘기한다. 일관성이 없고 설명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체계적인 철학과 비전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사학법 개정,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그가 반대할 때 보니까 정서와 마인드가 7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더라. 정치인으로서는 괜찮은 사람일 수 있지만, 국가 지도자로서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 김근태는
노무현 전대통령에게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 김근태 진보개혁모임 공동대표의 일생은 제1막 박정희·전두환 독재에 맞서 싸운 ‘민주화운동 시기’, 제2막 정권교체에 합류하고 장관과 집권당 의장을 지낸 ‘정치인 시기’까지 전개되어 있다. 제3막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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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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